(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환율에 대해선 좀처럼 말을 열지 않던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외환 당국의 두 수장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일본의 양적 완화와 이에 따른 환율 추이에 우려를 표시했다.

일본에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박재완 장관이다.

박 장관은 14일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 금융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선진국의 양적 완화조치가 거품을 키울 수 있다"며 "선진국의 양적 완화가 글로벌 경기 회복에 기여할 것이라는 긍정적 입장도 있지만, 실제 펀더멘털 개선으로 이어질지 의문을 가지는 견해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유동성 공급은 체질개선을 위한 시간을 벌어줄 뿐 오히려 거품을 키울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장관이 선진국이라고 에둘러 표현했으나, 최근 경기부양을 위해서 엔화의 무제한 양적 완화에 나서는 일본 아베 총리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중수 총재도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엔화가치 하락 등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과 외환건전성 조치 등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재가 엔화 환율을 직접 거론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엔저의 심화로 외환시장의 투자심리가 영향을 받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환율이 '마켓 펀더멘털'에 따라 정해지지만, 투기적 수요에 의해 움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즉 주변 여건에 따라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미세조정을 통해서 이를 관리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두 수장이 잇따라 강도 높은 환율 발언을 내놓은 것에 대해 외환 당국의 한 관계자는 "최근 엔화 약세가 심화되면서 엔-원 환율이 급하게 떨어지는 것뿐 아니라 외환시장 전반에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만큼 환율에 대한 고민이 크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최근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잇따른 양적 완화와 환율전쟁이 아시아를 포함한 신흥국으로 서서히 번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흥국도 선진국의 양적 완화와 이에 따른 대규모 외화자금 유입에 맞서 대응강도를 높이고 있다.

홍콩은 외국인의 부동산매입에 대해 15% 정도의 재산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싱가포르는 10%의 추가 인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선진국의 양적 완화로 촉발된 글로벌 환율전쟁이 신흥국의 방어전 양상의 확전으로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골드만삭스도 최근 보고서에서 "선진국의 초저금리 등으로 신흥국으로 자금이 대규모 유입되고 환율 변동성도 컸다"면서 "동북아 국가들은 자국 통화가치 절상을 용인하는 것보다 자본유입 규제조치 외환시장개입을 선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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