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엔화가치 약세가 본격화되는 것이 궁극적으로 원화채 시장에 수급상 큰 호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외국인이 엔화채를 버리고 그 대안으로 원화채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엔화 약세는 외국인의 엔화채권 매도를 부추길 수 있다. 환차손 우려가 작용해서다. 더군다나 일본 국채 금리는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보유채권에 대한 캐리손실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 일본 국채를 들고 있을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일본에서 자금을 뺀 외국인은 대안으로서 원화채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비슷한 수준인 데다 원화가치 절상으로 환차익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투자 메리트 떨어지는 엔화채 = 15일 신영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기준 외국인의 일본 국채(채권+T-bill) 보유잔액은 82조엔 규모에 달한다. 전채 국채의 약 8.7% 비중이다.

특히 단기채권 비중이 높다. 전체 단기채권(T-bill) 중 외국인 보유 비중은 17%에 육박한다.

홍정혜 연구원은 "올해 만기도래 예정 채권이 240조엔에 이르는 상황에서 외국인은 일본 국채 포지션을 매도하든 상환하든 적극적으로 축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런 전망의 핵심 근거는 아베 신조 정부 출범 이후 급속도로 변화한 일본 금융시장 환경에 있다.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양적완화 정책으로 엔화 약세 속도가 가팔라졌다. 달러-엔은 지난해 11월 중순 79엔대에서 90엔달러를 넘보고 있다. 지난 한달 동안에만 달러대비 엔화 약세는 7.5%에 달했다.

아베 정부 출범 이후 일본 국채금리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0.7%를 밑돌았던 10년물 금리는 최근 0.9%선에 육박했다. 일본은행(BOJ)의 인플레이션 목표치 상향 가능성과 일본 정부의 대규모 국채발행 가능성 탓이다.

해외채권 투자 비중이 높은 한 보험사의 채권딜러는 "아베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고려하면 엔화가치의 추가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외국인 입장에서 보면 일본 국채에 대한 메리트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화채 대안으로 원화채 부상할까…기대감 솔솔 = 앞으로 외국인의 엔화채권에 대한 투자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면 그 대안으로 원화채권이 부상할 수 있을까.

최근의 투자 환경만 놓고 보면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외국인이 보는 입장에서 일본과 한국 국채의 평가 기준은 그동안 많이 달랐다. 일본은 선진국 국채, 한국은 신흥국 국채로 분류됐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투자 기관의 성향이나 투자 목적이 다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러나 지난해 이후 유럽계 중앙은행들이 우리나라 국채를 대거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원화채에 대한 국제적 위상이 많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 일본 수준으로 높아진 것 역시 원화채 투자 메리트를 높이는 요인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Aa3'로 제시해 일본과 같은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다른 신평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가 제시한 신용등급은 일본보다 한 단계 낮다.

아울러 원화가치가 절상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높다는 점 등도 엔화채와 비교해 원화채 메리트를 높이는 부분이다.

홍정혜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고려한 시장금리 수준은 다른 국가보다 높고 정책금리 인하 가능성에 따른 평가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며 "원화가치 절상에 따른 환차익 기대도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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