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효지 특파원 =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정치 불안으로 광범위한 위험 회피심리가 나타남에 따라 신흥시장 중앙은행들이 외환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이 짙어졌다고 다우존스가 22일(유럽시각) 진단했다.

신흥국 정부는 자국 통화가 지나치게 떨어지는 변동성을 방어하는 한편 통화 약세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그리고 수입 인플레이션을 막고자 개입 카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들은 튀니지와 이집트 사태를 무시하는 듯했으나 리비아에서 독재 정권에 대항하는 시위가 격화하자 위축되는 모습이다.

이날 매도세는 중유럽과 남아프리카, 터키, 이스라엘에 이르기까지 무차별적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매도세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면 당국이 자국 통화 안정을 위해 환시 개입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르네상스 캐피털의 찰스 로버트슨 헤드는 "터키가 중동과의 지리적 근접성과 원유 의존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 "터키 리라화는 매도하기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준인데 터키 중앙은행이 변동성을 줄이고자 개입을 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1시 20분 현재 리라화는 미 달러화 대비 1개월래 최저 수준인 1.6004리라에 거래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란드화는 5일 만에 가장 낮은 7.2057란드에 움직였고 이스라엘 셰켈화는 3.898셰켈을 나타내며 1주일 만에 가장 많이 떨어졌다.

로버트슨 헤드는 투자자들이 보유중이던 위험 자산 비중을 줄이고 있으며 이 여파가 주요 에너지 수입국인 한국이나 대만까지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통화 약세가 지속되면 수입 가격을 올리고 인플레이션을 조장해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촉발할 수 있다.

인베스텍 자산운용의 워너 게이 반 피티우스 펀드 매니저는 최근 강세를 나타냈던 신흥국 통화가 단기적으로 하락하는 것은 "건전한 조정"이라며 오히려 유익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러나 대체로 갑작스런 환율 하락은 다른 얘기라면서 "중앙은행들이 수입 인플레이션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행동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시장은 정치적 불안이 얼마나 많은 산유국으로 확산할지 주시하고 있다. 이미 이란과 알제리에서 소요가 일어날 가능성이 감지됐다.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도 시위가 발생하면 이는 투자자들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슨 헤드는 "리비아가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을 전복시킨다면 시장은 어떤 통치자도 자리를 보전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2@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