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효지 특파원 = 강진에 따른 본국 송금으로 엔화가 상승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일본 금융 당국이 개입 카드를 꺼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러나 일본 정부에 개입 결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마켓워치는 11일(미국시각) 칼럼에서 1995년 고베 대지진 사례를 들며 해외에 투자된 많은 자금이 일본으로 돌아올 것으로 내다봤다. 당시 엔화는 강하게 반등해 지진 이후 3개월간 미 달러화 대비 20% 가까이 올랐으며 사상 최고치인 79.75엔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이와 캐피털 마켓츠 크리스 시클루나 스트래티지스트는 "고베 대지진 당시에 나타난 엔화 랠리가 본국 송금 때문이었다"면서 "엔화 강세가 일본 국채(JGB) 랠리에도 도움을 줬고 일본은행(BOJ)이 완만한 통화정책을 쓰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도 엔화가 인상적인 반등세를 나타내자 고베 대지진 때와 같은 패턴이 반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달러-엔은 아시아환시에서 강진 발생 직후 83.30엔까지 올랐다가 방향을 바꾸면서 81.99엔까지 밀렸다.

엔화가 상승하면 일본 당국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엔화 상승은 일본의 장기 디플레이션 우려를 더할 것으로 우려돼서다. 일본은 지난해 엔화 상승을 막고자 전격 개입을 단행했다.

또 강진은 리비아 분쟁으로 이미 커져 있는 위험 회피심리를 더 강화할 전망이다. 이때 전통적인 안전 자산인 엔화는 상승 압력을 받는다.

그러나 국립호주은행(NAB) 개빈 프렌드 스트래티지스트는 1995년 패턴이 반복될 것이라는 데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는 위험회피 심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달러-엔을 매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엔화 랠리는 많은 장애물을 앞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렌드 스트래티지스트는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일본 정부가 지진에 대응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는 데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본 당국은 엔화 강세를 우려하지만 지진 복구 자금으로 미 국채를 매각할 수는 없다. 미 국채 매각은 JGB 추가 발행을 뜻하고 이미 산더미처럼 불어난 적자를 악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BOJ가 양적 완화 조치를 더 내놓는 것 외엔 방법이 없어 '보인다.

BOJ는 고베 대지진 때에도 개입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른 중앙은행들이 긴축에 나서는 상황에서 일본만 추가 양적 완화를 내놓는다는 점이 다르다.

프렌드 스트래티지스트는 달러-엔이 이날 82엔대를 유지하고 내주 초 상승세를 시작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달러-엔이 상승하지 않더라도 하락세는 80엔대에 제한될 것으로 예상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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