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효지 특파원 = 아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다변화로 매력을 잃은 미국 달러화가 중동 중앙은행 주도로 낙폭을 확대할 것으로 우려된다.

8일(미국시각)까지 지난 10개월간 달러지수는 14% 하락했다.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달러화를 매수하던 데서 돌아섰기 때문이다.

그동안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자국 통화를 방어하고자 달러 매수 개입을 시행했다. 그런데 연방준비제도(Fed)가 달러화를 찍어내자 달러화 가치가 하락했고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외환보유액 가치를 방어하려는 목적으로 달러화 매도에 나섰다.

닐 멜러 뉴욕멜론은행 애널리스트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은행들이 강도 높은 다변화에 나섰다"며 "이들은 수출 경쟁력을 위해 보유한 달러화를 다른 통화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주로 달러화의 대안으로 유로화를 선택했다.

멜러 애널리스트는 "중국과 대만은 호주나 한국 국채 시장으로 자산 다변화를 모색했다"면서 "그러나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흡수할 수 있는 대규모 시장은 유로존과 미국 뿐"이라고 지적했다.

유로-달러는 지난 10개월간 19% 올랐다. 전문가들은 유로화 강세가 유로존의 국채 문제보다 아시아계 은행들의 다변화 움직임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파로스 트레이딩 더글러스 보스위크 애널리스트는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유럽 부채 문제를 우려해 유로-달러 상승 속도를 조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중동 중앙은행들이 달러화를 공격적으로 팔고 있어 아시아 중앙은행들도 이 분위기에 편승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동이 새로운 달러화 매도 세력으로 떠오른 것은 유가 상승으로 달러화 보유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는 지난 2월 14일 리비아의 '분노의 날' 이후 54% 올랐다.

보스위크 애널리스트는 "중동 시장 참가자들이 유로-달러를 더 끌어올리고자 한다"며 "중동 외환보유액 매니저들은 유가 상승으로 확보한 달러화를 다변화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중동이 유로-달러 매수 주문을 선도한다면 아시아 중앙은행들도 속도 조절론을 접고 유로-달러를 끌어올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포-캐스트 폴 베드나칙 애널리스트는 "유로-달러가 매우 과대평가됐지만 더 오를 것"이라며 1.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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