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규민 기자 = 일본 정부 내에서 엔화 약세 속도조절론이 제기되고 있다. 지나친 엔화 약세는 일본 기업과 가계에 역풍을 일으킬 수 있어 오히려 독이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속도조절론은 달러-엔이 이른바 '아베 라인'이라고 불리는 90엔 턱밑까지 올라오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일본 정부와 재계는 경제 전체를 종합적으로 볼 때 달러-엔이 85~90엔에 머무는 것이 이익이 된다고 보고 있다. 달러-엔이 만약 90엔이 넘으면 수입물가 상승 등으로 내수가 위축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처럼 과도한 엔화 약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엔화 약세에 급제동이 걸렸다.

15일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경제재정·경제재생 담당상이 과도한 엔화 약세가 일본 경제를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하자 엔화가 강세로 전환했다.

◆日 "엔低, 너무 지나쳐도 경제에 부정적" = 아마리 경제재정상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 참석해 지나치게 약한 엔화가 일본 경제에 좋지 않다면서 엔화는 일본 기업들이 외환 관련 불이익을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마리 경제재정상의 이같은 발언은 과도한 엔저(低)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것으로 최근 일본 재계에서도 이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경기부양을 위해 엔저를 노골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지만, 엔화 가치가 너무 빠른 속도로 하락한다면 오히려 일본 경기 회복을 저해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본 기업인들은 경제가 약한 모습을 지속하거나 정부가 불어나는 재정 적자 통제에 나서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이 일본에 대한 신뢰를 잃고 투자를 철수할 수 있으며 이때 엔화는 자유 낙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중장비 전문업체인 고마쓰의 사카네 마사히로 회장은 "우려되는 것은 일본에 대한 매도 추세가 나타나고 엔화가 갑작스럽게 약세를 보이는 것"이라고 밝혔고, 닛산모터스의 시카 도시유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달러화에 대한 엔화의 추가적인 약세를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투자자들이 일본에 대한 신뢰를 잃으면 부정적인 추세의 엔화 약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엔화, 日 경제재정상 발언에 강세 전환 = 아마리 경제재정상의 발언이 나오자 시장은 크게 반응했다.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현재까지 미국 달러화에 대해 11%나 급락한 엔화가 아마리 경제재정상의 '말'에 강세로 전환한 것이다.

도쿄소재 딜러들은 최근 몇 주간 투자자들이 엔화를 공격적으로 팔았다면서 그러나 BOJ의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아마리 경제재성장이 과도한 엔화 약세를 우려하는 발언을 하자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가토 미치요시 미즈호 코퍼레이트은행 부사장은 "모든 시장 참가자가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며 "달러-엔 매수 포지션을 쥔 채 오는 21~22일 BOJ 정례회의가 나오기 전에 차익을 실현하려고 기다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달러-엔이 90.00엔에서 추가로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설 확률이 높아져서다.

레소나은행의 이구치 게이치 딜러는 "일본의 닛케이지수가 상승했음에도 엔화가 강세를 나타냈다"며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달러-엔이 90.00엔을 향해 오르자 차익실현에 나서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kkm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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