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산업계에 또 다시 환율 적신호가 켜졌다. 미국이 달러화 약세 정책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일본 엔화 약세 기조가 거세어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에겐 일본의 '아베 노믹스' 외환정책과 미국의 재정절벽을 피하기 위한 통화정책은 `이중고'로 다가오고 있다.

달러와 엔화의 약세가 우리 기업 전반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주는 가운데 현 상황의 위기의식과 장단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치 변혁기에 환율 문제가 대내 이슈들에 묻혀버릴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환율의 변동은 대기업일수록, 완만히 진행될수록 대응하기가 수월하지만 요즘처럼 엔화 환율이 몇달만에 10% 이상 급락하는 상황은 체력이 약한 수출기업에겐 견디기 힘든 일이다.

원-엔 환율이 5% 하락할 경우 연간 수출액은 최대 3%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고, 특히 이런 현상이 고착화될 경우 일본 업체들과 글로벌 시장에서 맞붙고 있는 철강과 기계, 자동차, 조선업종 기업들은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엔화 약세로 인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대표적으로 외국인들의 한국물 투자 부분이다. 엔화가치 약세가 본격화되면 원화채 시장에 수급상 큰 호재가 될 것이란 전망이 그것이다. 또 일본에서의 부품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은 원 엔 환율 하락 시 영업이익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 엔화 표시 부채가 많은 곳 역시 환율 덕을 볼 것이다.

엔화 약세는 분명 산업계 전반의 우려스런 부분이지만 한국기업이 과거와 같이 가격경쟁력에만 의존하는건 아닌 상황으로 발전했고, 많은 생산기지들이 해외로 이전되어 원화강세의 부정적 효과가 과거 대비 상당 부분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엔화 약세를 방어하기 위한 그 이상의 조치라면 브라질 같은 극단적인 토빈세 시행, 또는 일본이 여러번 써먹었으나 실패한 직접적인 시장개입 등이 있지만 그 효과에 대한 시장의 의견은 엇갈린다.

이럴 땐 정면 승부가 유일할지도 모를 일이다. 80~90년대 일본처럼 상품과 기업 경쟁력이 압도적이어서 급격한 엔화강세에도 오히려 실적 개선이 나타났던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환율을 비롯한 금융시장의 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강력한 의지는 꼭 필요하다.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외환 시장 방어벽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대부분 민생 중심의 문제에 국한돼 있지 환율이나 금리 등 거시 경제 문제와 직결되는 이슈에 대한 논의는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일본과 미국이 무기한 양적완화 조치를 쓰게 되고 우리나라가 이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내수 경제는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원화 가치 상승으로 외국계 자본이 빠져나가게 되면 일자리와 서민경제도 무너지게 된다.

환율 문제는 산업계의 문제이자 곧 민생 현안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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