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SNB는 자국 통화 가치가 너무 높아 고민이었다. 2011년에는 유로화 환율 하한선을 1.20스위스프랑으로 묶는다며 이례적으로 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SNB는 이 하한선을 사수하고자 외환보유액으로 수십억유로를 사들여야 했다. 외환보유액은 한때 4천300억스위스프랑(약 488조원)까지 늘었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부채 위기 이전보다 8배나 많아졌다. 이 중 절반이 유로화 자산이다.
드라기 총재 발언에 더해 스위스계 은행들이 잇따라 스위스프랑 계좌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한 것도 스위스프랑 약세를 돕고 있다.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는 지금은 SNB가 늘어난 유로화 자산을 처분할 호기일 수 있다. 코메르츠방크의 러츠 카포위츠 외환전략가는 자료에서 SNB가 이러한 절차를 이미 시작했다는 신호가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SNB는 좋은 시절이 마냥 지속되진 않을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탈리아, 키프로스를 비롯해 이제 프랑스 경제까지 약해지며 유로존 위기에 대한 불안이 여전하다. 또 일본은행(BOJ)이 적극적으로 엔화 약세 정책을 펴는 데 반해 SNB의 목표는 스위스프랑 강세를 막는 데만 집중돼있다.
유로화가 계속 오르자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유로화 환율이 위험할 정도로 높다며 구두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독일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0.7%로 둔화했는데 이러한 분위기가 올해도 이어진다면 ECB는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고 유로존의 저성장은 투자자들을 다시 스위스프랑 마니아로 변신시킬 것이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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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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