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유로화 약세, 스위스프랑 강세 추세가 뒤집힌 것은 지난 10일. 양적 완화 종료를 시사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발언으로 고공행진하던 스위스프랑은 13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스위스중앙은행(SNB) 당국자들의 오랜 체증이 분명 가셨을 것이다.

그동안 SNB는 자국 통화 가치가 너무 높아 고민이었다. 2011년에는 유로화 환율 하한선을 1.20스위스프랑으로 묶는다며 이례적으로 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SNB는 이 하한선을 사수하고자 외환보유액으로 수십억유로를 사들여야 했다. 외환보유액은 한때 4천300억스위스프랑(약 488조원)까지 늘었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부채 위기 이전보다 8배나 많아졌다. 이 중 절반이 유로화 자산이다.

드라기 총재 발언에 더해 스위스계 은행들이 잇따라 스위스프랑 계좌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한 것도 스위스프랑 약세를 돕고 있다.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는 지금은 SNB가 늘어난 유로화 자산을 처분할 호기일 수 있다. 코메르츠방크의 러츠 카포위츠 외환전략가는 자료에서 SNB가 이러한 절차를 이미 시작했다는 신호가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SNB는 좋은 시절이 마냥 지속되진 않을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탈리아, 키프로스를 비롯해 이제 프랑스 경제까지 약해지며 유로존 위기에 대한 불안이 여전하다. 또 일본은행(BOJ)이 적극적으로 엔화 약세 정책을 펴는 데 반해 SNB의 목표는 스위스프랑 강세를 막는 데만 집중돼있다.

유로화가 계속 오르자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유로화 환율이 위험할 정도로 높다며 구두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독일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0.7%로 둔화했는데 이러한 분위기가 올해도 이어진다면 ECB는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고 유로존의 저성장은 투자자들을 다시 스위스프랑 마니아로 변신시킬 것이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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