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설명:우재룡 前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기자 = 우리나라 국민에게 '이렇게 저렇게' 은퇴 준비를 하라던 은퇴연구소장.

자신의 은퇴 후 삶은 어떻게 설계했을까.

국내 은퇴설계 연구 1세대 격인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의 우재룡 소장이 은퇴했다.

우 전 소장은 대한투자신탁 자금운용 애널리스트로 1989년 금융권에 발을 들였고 1999년에는 한국펀드평가를 직접 차려 10년간 대표이사를 지낸 자타공인 펀드 전문가다.

2008년에는 동양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의 초대 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년 후에는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의 은퇴연구소 초대 소장으로 이동하면서 자산관리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 노후설계 1세대 은퇴소장의 '은퇴' = 우 전 소장은 "은퇴연구소장의 은퇴는 어떤 느낌이냐"는 질문에 주저없이 "어렵더라"고 답했다.

은퇴연구소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다니던 그도 결국 은퇴 앞에서는 고민스럽고 한없이 작아졌다고 털어놨다.

우선 경제적인 압박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다달이 들어오던 월급이 끊겼기 때문이다.

15년째 살고있고 우 전 소장 재산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일산 아파트의 집값은 '반토막'났다.

그는 "펀드 전문가 출신 은퇴연구소장의 아내라는 사람도 마이너스 50%짜리 베트남펀드에 돈이 묶여있다"며 멋쩍어했다.

우 전 소장은 전체 자산의 5% 가량만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고 주식과 채권에 각각 32%와 16% 가량을 투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꼬박꼬박 들어오던 월급이 끊긴 아내 입장에서는 한창 일 할 나이인 남편의 '자발적' 은퇴가 기가 찰 노릇이다. 우 전 소장은 61년생이다.

등록금이다 뭐다 한창 돈 필요한 데 많은 대학교 3학년짜리 아들과 딸도 '잘 나가던' 아빠의 결정이 황당하긴 마찬가지다.

그는 "우리나라 40~50대 평균 은행 대출 금액이 7천800만원이라는데, 다행히 나는 대출은 없다"며 웃었다.

▲ 국내 펀드산업 '신뢰 잃었다' = 우 전 소장은 은퇴설계 전문가이기 이전에 금융투자업계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펀드 투자에 잔뼈 굵은 펀드 전문가다.

그를 '펀드 전도사'로 불리는 데에도 이견이 없을 정도다.

우 전 소장은 우리나라 펀드 시장에 대해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안타까워했다.

국민의 노후 자금을 장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가치 자산에 투자해야 하는데 눈앞의 수익에 급급해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몇몇 군내 대표 펀드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자기네들끼리 다 해먹었다'고 신랄하게 꼬집었다.

우 전 소장은 "노후 자금은 짧아도 10년 이상 투자를 하고 가장 저평가된 주식을 사서 수익을 올리는 스타일로 운용을 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3개월마다 펀드 매니저들의 실적을 평가하고 1년마다 연봉 계약하는 체계로는 힘들다"고 비판했다.

그가 삼성생명을 그만둔 것도 금융투자업계에 대한 이러한 비판의식과 무관치 않다.

그는 "금융회사에서 은퇴설계 연구라는 것은 결국 금융상품을 팔기 위한 포장이다"고 고백했다.

우 전 소장은 "'이렇게 안하면 당신 은퇴 후에 쪽박 찹니다. 그러니까 이 펀드에 꼭 가입하세요'라고 하는데 이제는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은퇴자 모두가 동업자…비영리 사업 준비 '한창' = 영리적인 활동은 그만하고 보람있고 멋진 일을 하고 싶다는 우 전 소장.

그는 현재 마음이 맞는 30여명과 협동조합 형태의 비영리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가 준비하고 있는 일은 각계각층에서 일하다가 은퇴한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이뤄 일종의 '재능기부'를 펼치는 거다.

예를 들면 금융권에 평생을 몸담았다가 은퇴한 사람들끼리 커뮤니티를 구성해 이들이 사회적으로 유익한 곳에 자신들의 노하우를 전달하는 것이다.

우 전 소장이 이들을 사회적으로 묶어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후방부대 역할을 한다.

꼭 자신이 평생 몸담았던 전문 분야가 아니어도 좋다. 취미가 같은 사람들이 모여도 좋다.

마음이 맞고 하고자 하는 일이 같은 사람들이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꾸리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사무실도 없고 월급도 없다"며 "그저 은퇴 이후의 삶을함께 한다는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있고 이 일의 진짜 의미를 알고 있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jy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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