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최근 엔-원 환율 움직임을 계기로 수출시장에서 경쟁하는 한국과 일본의 전세가 역전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신문은 원화와 엔화가 지난해 초부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원화가 2012년 초부터 엔화 대비 26.6% 올랐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후보가 부상, 일본의 통화 완화 기대가 커지면서 원화 강세, 엔화 약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파이오니어 인베스트먼츠의 안젤로 코르베타 헤드는 최근 환율 움직임에 관해 "부(富)가 한국 자동차업체에서 일본 자동차 업체로 이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몇 달새 한국 자동차업계 투자를 줄였고 일본 자동차업체 주식을 샀다고 말했다.

WSJ는 한국 당국이 원화 강세로부터 수출업체 지키기에 나섰다면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원화 강세 대응책을 소개했다.

정부는 원화가치 상승으로 수출기업의 피해가 예상됨에 따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정책금융을 늘리고 환위험관리를 돕기로 했다.

이를 위해 수출입은행은 올해 50조원의 대출 중 45%를 중소기업에 배정하고 중소기업진흥공단은 환율 피해기업에 대출원금 상환을 유예할 방침이다.

하지만 같은 날 일본에선 중앙은행(BOJ)이 경제 부양을 위한 통화 완화정책을 발표, 엔화가 계속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은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업체의 영향을 확인하고자 오는 24일에 발표되는 현대차[005380]와 LG디스플레이[034220] 등의 실적을 주목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엔화 약세가 본격화된 지난해 11월부터 엔화 약세에 가장 혜택을 많이 보고 있는 반면 한국 경쟁사들은 세계적인 증시 랠리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도요타자동차 주가는 39% 뛰었고 혼다자동차 주가도 42% 올랐으나 현대차 주가는 0.9% 하락했다.

코스피가 횡보하는 가운데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올해 들어 3% 상승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엔화 환율이 원화에 대해 1% 낮아질 때마다 한국 수출업체 성장세는 일본 수출업체에 비해 1.1%p씩 뒤처진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가 일본 수출업체들에 분명히 호재지만 이것이 기업 실적에 바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 기업들은 한국 기업보다 늦게 실적을 발표한다. 캐논과 닌텐도가 오는 30일에, 도시바와 NEC 등은 31일에 실적을 공개한다.

AMP캐피털의 네이더 네이미 스트래티지스트는 "엔화 약세가 환율에 민감한 자동차업체 등 몇몇 일본 기업에 긍정적 영향을 주겠지만 철강, 정유업체들의 실적이 개선되려면 엔화 약세가 더 지속적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말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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