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회의인 유로그룹의 새 의장으로 선출된 예룬 데이셀블룸 네덜란드 재무장관은 외교가에서 신인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재무장관으로 정부에 발을 들인 지 3개월 만에 어떻게 유로존 재정정책을 조정할 중책을 맡게 됐을까.

지난 21일 데이셀블룸이 차기 유로그룹 의장으로 선출됐을 때 기자들은 그의 이름(Dijsselbloem)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몰라 한동안 고민했다. 다만 한때 급진적 좌익이었고 농업, 교육 전문가 정도로만 알려진 이 정치 신예에 대한 유로그룹 내부의 평가는 그리 나쁘지 않은 듯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한 외교관을 인용한 바를 보면 유로그룹 인사들은 데이셀블룸의 융화적이지만 확고한 태도, 그리고 검소한 사생활에 좋은 인상을 받았다.

이 외교관은 데이셀블룸이 지난달 처음으로 유로그룹 회의에 참석했는데도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같은 핵심 인사들 사이에서 논쟁하면서도 전혀 주눅이 들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데이셀블룸의 흠잡을 데 없는 영어 실력과 국적 역시 당선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는 유로존에서 드물게 최고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국가다. 또 독일 편에 서서 재정 규율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국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데이셀블룸이 스페인의 반대 속에 선출됐다는 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유로존 남부 회원국들은 유럽안정화기구(ESM), 유로 실무그룹, 유럽연합(EU) 경제ㆍ통화담당 집행위원까지 북부 회원국이 요직을 점령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앞으로 회원국 사이의 견해차를 섬세하게 조율해야 할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 데이셀블룸이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작업을 더 하겠다고 밝힌 것은 프랑스, 이탈리아와 남부 회원국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데이셀블룸이 유로존을 태동 때부터 지켜본 베테랑 장-클로드 융커 의장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울지 유럽은 물론 세계가 걱정과 기대가 섞인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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