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영재 기자 = 최근 KTB투자증권 인트라넷 `놀이터'에는 여성 직원의 결혼 소식을 알리는 글과 함께 웨딩 사진이 올랐다.

그러자 "저는 남성 아니므니다 사장이므니다 저 훈남이 그분이시군요 열렬히 축하해요!"라는 댓글이 달렸다.

댓글을 단 이는 주원 대표였다.

이처럼 `놀이터'는 KTB투자증권 임직원들이 지위 고하와 상관없이 웃음을 나누는 공간이 되고 있다.

주 대표가 주창한 `펀(Fun)' 경영의 결실이다.

그의 펀 경영 실험도 이제 4년째를 맞고 있다. `증권사에는 어울리지 않는 경영 방식'이라는 회의론도 있었지만 펀 경영은 KTB투자증권을 톡톡 튀는 증권사로 탈바꿈시켰다.

펀 경영이 이뤄낸 것이 무엇이며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 펀 경영의 실무를 총괄하는 김효한 KTB투자증권 브랜드기획팀장을 28일 만나 들어봤다.

KTB투자증권의 고객과 직원들이 함께 웃으며 놀 수 있는 이벤트를 기획하는 것이 김 팀장의 주요 업무다.

`애니팡' 대회로 치러진 2012년 송년회가 대표적인 예다.

김 팀장은 송년회 장소로 쓰고자 영화관 한 곳을 통째로 빌렸다. KTB투자증권 직원들은 이곳에서 영화 한 편을 보고나서 태블릿PC로 애니팡 토너먼트를 했다. 태블릿PC 화면은 영화관 대형 스크린에 띄워 모든 직원들이 볼 수 있게 했다. 이들은 열띤 응원 속에 묵은 해의 먼지를 털어내고 새출발을 기약했다.

KTB투자증권의 펀 경영에는 고객들도 참여한다.

잠실야구장 포수석 뒤에 놓인 광고판은 대개 증권사들 차지인데 KTB투자증권의 광고는 유독 눈길을 끈다. 야구에 관한 기발한 문구가 나오기 때문이다. `야구는 치맥과, 투자는 KTB와 함께', `인생의 9회말, 그녀가 홈런이 되었다' 같은 문구들이다. 모두 KTB투자증권 고객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제안한 문구들 가운데 브랜드기획팀이 선정한 것들이다.

이런 펀 경영은 KTB투자증권의 고객과 직원들에게 어떤 변화를 몰고 왔을까.

김 팀장은 펀 경영의 성과는 단연 `소통의 문화'라고 말한다.

웃음과 놀이가 엄숙주의를 무너뜨린 곳에 자연스럽게 소통의 분위기가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펀 경영이 단순히 웃고 즐기는 데 그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 점에서 펀 경영을 몸소 실천한 주 대표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주 대표가 `놀이터'를 누비며 웃음을 유발하는 글을 남기는 동안 과거에는 임원 앞에서 말도 못하던 직원들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그의 댓글에 우스갯소리로 답하게 됐다. 이를 통해 조직 전반에 편하게 말을 꺼낼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펀 경영의 또다른 열매는 `스토리가 있는 인간관계'다.

KTB투자증권이 고객들에게 배포한 2013년 달력은 임직원들이 직접 촬영한 사진들로 채워졌다. 여행지의 풍광이나 가족의 단란한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고객에게 달력을 건넬 때 그 안에 깃든 사연도 말해줄 수 있다. KTB투자증권의 달력이 고객에게 좀더 각별한 의미를 갖게 되는 이유다.

김 팀장은 올해 상반기에는 고객들이 참여하는 사진전을 열 계획이다. 어린이를 위한 특별한 사회공헌 활동도 준비하고 있다.

인터뷰 말미에 김 팀장은 `펀'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펀이란 것을 명확히 뭐라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마음의 끌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웃음과 감동이 필요하죠. 이를 위해서는 아주 사소한 일도 그냥 하기보다는 의미를 담고자 정성껏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ljglory@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