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내 증권업계가 빅뱅(big bang)시대를 맞아 살아남으려면 이른바 알을 깨는 혁신의 아픔을 겪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전문가들은 28일 증권업계가 자회사 설립을 통해 매수 매도 추천의견이 자유로운 독립리서치 회사를 설립하는 등 기존의 영업관행을 과감하게 청산하고 금융당국도 제도적인 뒷받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부 전문가는 천편일률적인 위탁매매 수수료 중심의 영업 관행으로는 더는 생존할 수 없는 증권사가 2~3년내 속출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들은 대부분 증권사가 유사한 영업 행태를 유지한 탓에 M&A를 통한 몹집 불리기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닮아도 너무 닮은 국내 증권사들= 국내 증권업계는 과거 수십 년 동안 닮은꼴 영업행태로 황금기를 누려왔다. 심지어 98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서 은행권들이 구조조정의 태풍에 노출됐을 때도 무풍지대에 머물러 있었다. 구조조정의 무풍지대에서 순항해온 덕분에 외국계 등을 포함해 국내에서 영업하는 증권사는 61개사에 이른다.

우선 수익구조가 너무 닮았다. 국내 증권사 대부분은 개인고객을 주로 상대로 하는 위탁매매를 통한 수수료 수입이 절대적인 수입원이다.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의 순영업수익 중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 비중이 2011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기준 약 49.2%다. 60개가 넘는 증권사가 수익의 절반을 위탁매매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비용구조도 닮은 꼴이다. 10대 증권사는구색 맞추기용이라도 지점을 20~100개씩 가지고 있다. 지점을 통한 위탁 매매로 장이 좋을 때 수익을 올려 장이 나빠지면 버티는 식의 천수답 영업 행태를 지속해온 결과물이다. 중소형 증권사도 지점 중심의 영업 행태를 이어가기는 마찬가지다.

▲리서치센터 독립도 고민해봐야 = 대형 증권사는 지점망을 PB영업 허브로 변신시키는 등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지만 중소형사의 살아남기가 만만찮다.

이에 대해 금융전문가는 중소형사의 리서치센터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매도 의견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무기력한 리서치센터가 아니라 독자적인 의견을 과감하게 낼 수 있는 독립리서치가 머지 않은 장래에 주목받게 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물론 금융당국이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도 독립리서치센터를 인정하는 등적극적인 역할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헤지펀드와 프라임 브로커리지가 운용 사이드의 생존전략이라면 독립 리서치 센터 등은 증권업계의 질적 수준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전략이다. 미국의 게이브 칼,스탠포드 번스타인,메리디스휘트니, 영국의 레드번파트너스, 독일의 베런버그방크가 어떤 형태로 살아남았는지 국내 중소형 증권사도 치열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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