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한화그룹의 지주사격인 한화[000880]가 상장폐지 위기를 간신히 넘겼으나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투명경영 제고방안을 발표한 한화는 당분간 실적과 재무개선을 통해 주가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입장이다.

따라서 이번 소동이 한화가 관여된 딜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IB 업계는 6일 진단했다.

현재 그룹 금융계열인 대한생명은 동양생명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ING생명 인수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한생명이 현실적으로 둘 중의 하나를 택할 가능성이 큰데 만약 한 곳의 인수자로 선정돼도 조단위의 자금을 써야 한다.

2008년 금융위기 후 M&A는 일단 단기적으로나마 인수자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대한생명 주가 움직임도 주목된다. 대한생명 지분 24.8% 매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예금보험공사가 대한생명의 M&A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또 한화그룹은 태양광 사업에 주력하며 심심찮게 M&A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도 태양광 업체에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형 딜이라면 재무에 부담을 주지 않겠으나 중대형 딜은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한화그룹은 올해 투자규모를 지난해보다 21% 증가한 1조9천300억원으로 책정했다. 여기에는 생보사업의 중국(합작법인)과 인도네시아(M&A) 시장 진출 및 확대와 태양광 사업의 수직계열화 구축 비용이 포함됐다. 이번 소동으로 M&A와 함께 투자 위축도 예상해볼 수 있다.

게다가 한화는 다른 대기업 계열 방산업체와 국방과학연구소가 발주한 차세대 잠수함 개발사업 입찰에서 담합을 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전일 과징금까지 부과받았다.

한화는 엘아이지넥스원, 에스티엑스엔진과 함께 장보고-Ⅲ 소나체계의 시제.시제협력업체 입찰 4건에서 각각 단독으로 입찰에 참가하기로 담합했다.

이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전에도 악영향이다. 한화그룹은 KAI를 내부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딜 진행 상황에 따라 참여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다. 정책금융공사(지분 26.4% 보유)가 매각자로 포함된 공공 딜이어서 입찰 담합은 비가격 평가에서 한화그룹에 불리한 요소다.

IB 업계 관계자는 "역시 CEO 리스크가 발생한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한 것은 국가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이었으나 한화가 참여한 딜은 성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투자자의 신뢰를 얻으려면 한화는 M&A보다 실적과 재무개선으로 답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소동으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관계자는 "검찰이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떠넘긴 혐의 등으로 김승연 회장에 대해 중형을 구형했다"며 "이는 M&A를 포함, 당분간 CEO 의사결정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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