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우량 매물로 평가됐던 하이마트가 검찰의 압수수색이라는 악재를 만나 앞으로 매각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됐다.

롯데와 신세계 등 국내 유통업체와 사모투자펀드(PEF) 등이 참여했음에도 적정가격 논란이 끊이지 않았는데 유진기업, H&Q와 함께 매각 주요 주체인 선종구 하이마트 대표이사 회장이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하이마트 창업주인 선 회장은 매각 지분 약 60% 가운데 17.37%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검찰은 선 회장과 경영진이 국외재산도피와 횡령, 탈세 등의 비리를 저지른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이마트 매각 측은 내달 2일 1차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지난 25일 하이마트 본사와 계열사들을 압수수색하면서 일정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검찰이 혐의를 둔 횡령, 탈세 등이 만약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하이마트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횡령금액 등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하이마트의 상장 유지 여부도 관심사다. 코스피 상장규정에 따르면 대규모 법인은 자기자본 2.5% 이상의 횡령에 대해선 혐의 발생단계부터 공시해야 하고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매각 측은 물론 인수 측에서도 가격 산정에 큰 변수를 만난 셈이다.

가뜩이나 하이마트 인수 적정가격에 대해 IB 업계의 논란이 있었다.

하이마트는 지난해 3조4천53억원의 매출액에 2천57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지난 2010년보다 매출액은 11.8%, 영업이익은 19.8%나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7%나 감소했다. 매출액은 증가(9.2%)했으나 소비위축으로 판매 둔화를 만회하려고 판촉비용이 늘어났다고 증권업계는 분석했다. 일단 매각을 앞둔 직전의 실적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하다.

더군다나 매각 측은 하이마트 인수 후보들에게 제공된 투자설명서(IM)에 수치가 담긴 사업 계획을 제공하지 않았다. 이는 가전양판점 1위 업체의 영업전략이 자칫 롯데와 신세계, 홈플러스 등 전략적 인수후보들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인수후보들, 특히 MBK파트너스, 어피니티, 블랙스톤, CVC 등 참여 의사를 밝혔던 국내외 PEF 입장에서는 난감하다. PEF는 몇 년 후 '엑시트'까지 염두에 두고 인수해야 하는데 미래 비전이 없으면 전략을 세울 수 없다. 일부 후보들 사이에선 하이마트 직영점이 300호를 돌파한 마당에 성장성에 의문이 제기됐었다.

롯데와 신세계, 홈플러스(테스코)의 인수의지도 예상보다 강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롯데의 경우 이미 내 숍인숍(shop in shop) 방식으로 운영 중인 디지털파크를 올해부터 단독 가두점으로 전환할 계획이어서 해당 비용과 하이마트 인수가격과 저울질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家인 신세계가 삼성전자와 LG전자 간의 경쟁으로 커 왔던 하이마트를 인수해 어떻게 운영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또 영국의 테스코가 대주주인 홈플러스도 하이마트를 차지할 경우 국내 토종 가전양판점과 경쟁에서 더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IB 업계 관계자는 "하이마트를 처분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유진그룹이나 경영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선 회장, 엑시트를 해야 하는 H&Q에 비해 인수후보들은 급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가격이 영향을 미칠 하이마트 경영진에 대한 수사로 매각작업은 더 큰 차질을 입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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