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롯데그룹이 외부 용역까지 의뢰할 정도로 고심 끝에 하이마트 인수전에 참여했으나 예상치 못한 변수로 딜이 불투명해지자 전자랜드 인수전까지 뛰어들었다.

전자랜드는 하이마트보다 점유율 면에서 크게 떨어지고 2009년과 2010년 연속 적자를 나타낸 기업이다.

롯데가 인수 성공 여부를 떠나 가전유통사업에 대한 공부를 하고자 참여했다는 게 19일 M&A 업계의 시각이다. 롯데는 롯데마트 내 숍인숍(shop in shop) 방식으로 운영 중인 디지털파크를 올해부터 단독 가두점(街頭店)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M&A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전자랜드 인수를 위해 삼일PwC를 자문사로 선정했다.

롯데는 SK네트웍스가 매각 측과 협상을 원활하게 진행하지 못하자 일단 하이마트 인수를 접어두고 전자랜드로 관심을 기울인 것이다.

그러나 전자랜드는 여러모로 하이마트보다 크게 떨어지는 매물이다.

2010년 말 기준 102개 지점을 두고 있어 하이마트의 3분의 1 수준이다. 가전유통시장점유율은 9% 내외에 불과해 35%에 육박하는 하이마트의 점유율에 미치지 못한다.

전자랜드 매출액은 2008년 6천606억원의 매출액을 정점으로 2009년 6천105억원, 2010년 5천447억원으로 갈수록 감소 추세다. 2009년에는 42억원, 2010년에는 63억원 등 2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이마트 매출액은 3조4천억원이 넘고, 영업이익은 2천600억원에 육박했다.

롯데가 이러한 매물에 관심을 두는 것은 내외 컨설팅을 통해 가전유통사업의 계획을 이미 세웠기 때문이다.

'통큰 TV' 경험을 바탕으로 롯데카드 고객을 매장 고객으로 유도하고 지역 매장에 롯데리아를 설치해 쇼핑의 편의를 제공하는 등의 리모델링을 통해 가전양판점 사업의 성공을 확신했다.

다만, 롯데가 하이마트 인수를 두고 상당한 고민을 했던 만큼, 경쟁력 있는 가격을 써낼지는 미지수다.

M&A 자문업계 관계자들은 과거 오비맥주 인수전에 낮은 가격을 써내 실패한 후 따로 맥주공장을 설립하는 것처럼 하이마트와 전자랜드 인수 실사를 통해 얻은 정보로 자체 디지털파크 투자에 집중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즉, 자체 투자 및 그 성과와 인수금액 및 시너지 사이를 저울질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IB의 한 관계자는 "롯데가 하이마트와 전자랜드를 인수하면 단숨에 가전유통시장을 장악하겠지만, 절대 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설사 인수에 실패하더라도 디지털파크 사업 확장을 위한 스터디는 충분히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하이마트 딜은 검찰 수사라는 변수, 다른 인수후보들의 의지를 고려할 때 치열한 인수 경쟁전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전자랜드도 매물 가치나 현재 드러난 경쟁사인 SK네트웍스의 인수능력을 보면 어려운 딜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다른 어떤 딜보다 고심을 했던 롯데가 기존 사업 확장 계획과 저울질하지 않겠느냐"며 "시장이 놀랄만한 가격을 제시하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롯데로서는 참여 자체가 큰 공부"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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