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지난 2010년 7월 현대중공업그룹 계열로 편입된 현대오일뱅크가 지난 주말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오일뱅크는 공모 규모만 1조5천억원에서 2조원 가량이 될 것으로 보여 올해 IPO 시장의 최대어로 평가받고 있으나 정작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과 오일뱅크는 상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으로 빚부터 갚아야 할 처지다.

16일 연합인포맥스 CP 발행정보(화면 4349, 4352)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CP 발행잔액은 2조9천억원에 이른다.

4월 만기 집중으로 차환용으로 미리 발행한 점을 고려하면 잔액을 2조6천억원~2조7천억원 가량을 유지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의 CP 잔액은 한국가스공사(4조1천970억원)와 한국전력공사(3조800억원)에 이은 규모다. 민간기업 중에서는 가장 많다.

현대중공업은 2010년 7월 IPIC의 오일뱅크 지분 70%(1억7천155만7천695주)를 2조5천734억원에 인수하면서 2조5천억원을 CP와 ABCP로 조달했다. 이후 상환과 차환, 추가 발행을 반복했다.

여기에 계열인 현대삼호중공업이 9천300억원의 CP 잔액을 보유하고 있고 오일뱅크도 5천600억원을 CP로 조달했다. 그룹 전체로는 4조원을 훌쩍 넘긴다.

따라서 현대중공업과 오일뱅크는 이번 상장을 통해 CP부터 줄어야 할 상황이다.

지난해 말 IFRS 별도 기준 현대중공업의 총차입금 3조9천627억원 중 단기차입금은 CP 포함 3조6천억원에 달한다. 현금성 자산이 6천억원 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오일뱅크 구주 매출을 통해 우선 단기차입금을 감축해야 한다.

현대중공업 실적도 좋지 못하다.

연합인포맥스 컨센서스(화면 8031)에서 현대중공업의 1분기 영업이익은 8천37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무려 51%나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2008년 하반기 금융위기 이후 저가 수주 경쟁을 펼친 탓이다. 1분기 수주도 연간 목표대비 9%로, 40% 이상을 채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보다 부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일뱅크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 2조9천억원 중 단기차입금이 5천900억원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현금성 자산이 1천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연간 현금창출력(EBITDA)이 8천억원에 달하나 부채비율(215%)과 차입금 절대 규모를 볼 때 역시 차입금 감축에 신경을 써야 할 입장이다.

더구나 이번 상장에서 신주와 구주 비율이 35%와 65%가 될 것으로 알려져 오일뱅크로 유입되는 자금이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겨우 현재 CP를 상환하고 조금 남는 규모로 추정된다. 이는 현대중공업의 단기차입금 감축이 더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이 오일뱅크 상장으로 1조2천억원에서 1조3천억원의 자금을 확보한다고 해도 CP를 전액 상환할 수는 없다. 현재 영업상황을 볼 때 오일뱅크 상장 후에도 일부 롤오버와 상환을 계속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IB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신성장동력을 추진한 사업도 지지부진하고 저가 수주 여파로 이익률을 끌어올리기도 힘들게 됐다"며 "이를 고려해 구주 매출 비중을 높인 것으로 보이는데 CP 전액 상환은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일뱅크도 신주 발행으로 차입금을 줄이는 데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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