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우여곡절 끝에 하이마트 매각이 재개됐으나 올해 초와는 다른 분위기에서 진행될 전망이다.

하이마트 실적이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크게 나빠진데다 주가도 급전직하했다. 매각 지분이 많아져 인수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우리사주조합 지분까지 들썩이고 있다.

따라서 IB 업계는 7일 유진기업과 선종구 전 하이마트 대표이사, HI 컨소시엄(H&Q 제2호 사모투자전문회사) 등 매각 측이 서둘러 팔아야 하지만, 인수 측과 적잖은 가격 갈등을 겪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4분기에 꺾이기 시작한 하이마트 영업이익은 지난 분기에도 전년동기대비 41.9%나 감소했다. 하이마트 영업권 가치 산정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하이마트 영업권은 총자산 2조6천억원 가운데 1조7천억원을 차지한다. 여기에는 전국에 퍼져 있는 영업유통망 외에 경영진의 노하우, 구매력 등도 포함된다.

유통망을 그대로 인정한다고 해도 경영진의 노하우나 실적 부진에 따른 구매력 등은 재평가해야 할 상황이다. 경영진의 비리·횡령 혐의도 하이마트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린 요인으로 지목된다.

하이마트 주가도 매각 결정 당시 8만원 내외에서 6만원 내외로 하락한 상태다.

매각 지분이 커진 것도 앞으로 가격 협상의 난제로 꼽힌다.

기존 매각 대상 지분 59.24%에 농협 PEF 지분 6.01%도 더해졌다. 인수 측으로서는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지분 외에 추가 부담이 늘게 됐다.

여기에 지난해 말 전체 지분의 6.36%를 차지하는 우리사주조합 물량도 변수다.

우리사주조합은 지난해 6월 하이마트 상장 당시 공모주식의 20%를 배정받았다. 공모가 5만9천원에 받은 우리사주조합 물량은 내달 21일 보호예수에서 풀린다. 일정대로라면 중요한 매각 단계에서 오버행 이슈가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더군다나 일부 직원들은 대출을 통해 지분을 매입했고 하이마트는 1년간 관련 이자비용을 부담해주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마트 주가가 공모가 이상 올라가면 물량이 대량으로 출회될 수 있다.

또, 롯데나 신세계, 홈플러스, 국내외 PEF 등 인수 후보들이 매각 측의 '급한 사정'을 이용하려고 하면 가격 협상이 어려워진다.

유진기업은 실적 부진과 함께 단기차입금 등을 상환해야 하고 선 전 대표이사는 앞으로 재판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으나 추징금을 마련해야 할 형편이다. H&Q는 처음부터 엑시트에 집중하고 있었다.

IB 업계 관계자는 "가전양판업 1위인 하이마트의 인수 매력은 충분하고 롯데 등의 인수의지도 강한 것으로 안다"며 "다만, 인수 후보들은 여러 문제를 들어 가격을 깎으려고 할 것이고 이를 매각 측이 수용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때에 따라서는 가격을 놓고 매각 측 내부에서 이견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경영권 분쟁 등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하이마트 가치 하락을 놓고 양측이 팽팽하게 맞설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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