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유로존 위기가 다시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그리스가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하고 이탈리아와 스페인 은행의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이 와중에 '리스크 관리 귀재'라는 JP모건이 파생상품 투자에서 대규모 손실을 입어 더욱 시장은 뒤숭숭하다.

21일 M&A 자문업계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국내 기업이 값싸진 유럽 기업 인수에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위기 이후 유럽 기업을 대상으로 한 M&A는 한국석유공사 등의 자원개발 부문, 국민연금의 유럽 기업 지분 인수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작은 규모다. 가격이 내려갔으나 선뜻 대형 기업을 인수하기 부담스러웠던 셈이다.

지난해 대표적인 한국의 유럽 M&A인 AE&E 렌체스(두산), 아닉구딸(아모레퍼시픽), 만다리나덕(이랜드), 콜롬보 비아델라 스피가(제일모직) 등은 각각 1천억원 미만이다.

국내 기업이 주저하고 있을 때 미국과 중국, 일본은 유럽 기업을 쓸어담고 있다.

지난달 말 발표된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M&A 거래액은 5천417억달러로 2010년보다 23% 증가했고, 건수는 5천380건으로 2.2% 늘었다.

미국의 경우 사모펀드가 인수자 역할을 했고 중국과 일본은 정부의 지원을 받은 기업들이 유럽 기업 인수에 열을 올렸다.

특히 중국의 해외 M&A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10%에서 지난해에는 34%로 대폭 증가했다. 유럽에서는 중국 기업의 인수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의 유럽 M&A 규모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건수로 일본의 5분의 1에 불과하고 액수로는 중국과 일본의 20% 미만이다.

삼성경연은 "유럽 재정위기 우려로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되기는 어렵지만, 시장수급 여건은 양호해 유럽이 글로벌 M&A시장의 중심이 될 전망"이라며 "한국기업도 선제적인 해외 M&A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인수 여건은 나쁘지 않다.

국내 인수금융 시장은 지난 2008년 하반기 발생한 전 세계 금융위기를 제외하면 이후 미국과 유럽의 크고 작은 위기에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여전히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유동성은 풍부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은행이나 연기금, 자산운용사는 낮은 금리를 감수하고 대기업에 인수자금을 대줬다.

물론, 전문가들은 당분간 재무나 실적 부진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투자를 권유했다. 유로존 위기가 당분간 이어지고 자칫 세계 경제 펀더멘털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적자 기업일 경우 당분간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회계법인의 한 간부는 "유럽 기업 인수가 말처럼 쉽지는 않다"며 "워낙 경기가 좋지 못해 당분간 적자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시너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함께 인수하는 기업의 우량한 재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경쟁력 강화와 성장 동력을 위해서는 감내할 수 있는 리스크 범위에서 적극적으로 인수를 추진해야 나중에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국내 IB의 M&A 팀장도 "M&A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유럽 기업을 인수하는 국내 기업이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초기에 고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에는 종합 자문 능력을 갖춘 곳이 많은 만큼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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