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공기업은 보유한 기업의 자투리 지분 등 자산을 팔아달라고 위탁하고, 지방자치단체는 건물과 토지 개발을 맡긴다. 골칫덩이 저축은행 부실 PF채권도 이곳으로 옮겨져 매각 작업이 진행된다. 공공부문은 물론 민간에서도 처리하기 곤란한 자산이 발생하면 으레 이 기관부터 찾는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얘기다.

캠코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한 때 예금보험공사와 통합까지 거론됐을 만큼 부실채권정리기금 정리 이후 캠코의 역할론에 대한 논란이 있었으나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오히려 더 바빠졌다.

이는 그동안 캠코의 적잖은 성과 때문이란 게 금융시장의 평가다.

지난 1997년11월24일부터 성업공사(1999년 말 한국자산관리공사로 변경)는 기금채 발행 등으로 39조2천억원을 조성해 부실채 111조5천억원을 인수했다. 그 해 초 한보그룹의 부도를 시작으로 국내 굴지의 기업이 위기를 맞으면서 금융기관에 쌓인 부실채를 처리하기 위한 것이다.

캠코는 대우종합기계와 대우건설, 대우인터내셔널 등을 성공적으로 매각하면서 지난해 말까지 부실채 79조2천억원을 정리하고 45조7천억원의 회수했다. 이미 6조5천억원을 초과 회수했다.

이에 따라 부실채권정리기금은 지난 2010년과 2011년 연속으로 기금운용평가에서 중형기금 중에 최우수 기금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를 앞둔 교보생명 지분(9.9%)과 쌍용건설 지분(38.8%) 매각, 국내외 전략적 투자자와 재무적 투자자를 대거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대우일렉트로닉스 지분(57.4%) 매각도 눈앞에 두고 있다.

출자전환주식을 제외한 무담보나 청산·파산된 회사 채권 약 27조원(채권원금 기준)도 일괄 매각한다. 사실상 개별 회수가 불가능한 만큼 몇 개 트랜치로 집합화(Pooling)해 매각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채권 회수율은 더 높아진다.

또 고유회계에서 2003년부터 구조조정기금 설치 전까지 총 4조7천억원의 부실자산을 인수하고 구조조정기금으로 10조2천억원 규모의 자산을 인수했다.

캠코는 고유회계에서 올해 2조5천억원 규모의 저축은행 PF채권 등 기업과 법인의 부실자산을 사들일 계획이다. 지난 2월 고유회계에서 법인 부실자산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캠코는 22개 금융기관으로부터 약 7천억원의 재원을 마련해 신용회복기금을 조성, 서민금융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캠코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역시 부실채권정리기금에서 보유한 대우조선해양(19.1%)과 쌍용양회공업(9.3%) 지분을 운용 시한 전까지 매각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여건상 블럭딜이 유력하지만 실패하면 국가에 현물 반환해야 한다.

자투리 부실채 27조원을 통매각하더라도 회수 금액은 극히 미미할 전망이고, 부실 PF 사업장을 정상화는 작업도 쉽지 않다. 국가 재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성과를 거뒀으나 시장의 모럴헤저드를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국내 IB 관계자는 "캠코가 이제 시장 여건과 자산에 맞춰 매각 방식을 다양화할 만큼 많은 경험을 쌓았다"며 "내부에 축적된 노하우는 다른 민간 기관을 압도할 정도"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과거에는 캠코가 경제와 금융시장에 큰 문제가 발생했을때 부각됐었으나 이제는 항시적인 구조조정 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시장의 모럴헤저드가 확산하지 않도록 보다 엄정한 가치평가와 인수작업이 진행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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