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넥슨이 엔씨소프트[036570] 지분 14.7%를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인수금액만 8천45억원으로 게임업계 M&A로는 초대형 딜이다.

엔씨소프트가 공시하기 직전까지 두 업체 실무진까지 자세한 내용을 몰랐을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대표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만이 정확한 이유를 안다고 할 정도다.

11일 이번 딜에 정통한 관계자는 "친분이 두터운 두 대표가 오랫동안 고민해온 것으로 안다"며 "갈수록 공세적인 외산 게임에 맞서 연합 전선을 구축하고 해외 시장 공략, 게임 개발능력 개선을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우선 이번 딜은 적대적 M&A가 아니다. 김택진 대표가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오히려 시가(주당 26만8천원)보다 싼 주당 25만원에 지분을 순순히 넘겼다.

합병을 염두에 둔 지분 인수도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 후 합병은 수많은 게임업체를 인수한 넥슨의 스타일도 아니다. 넥슨은 그동안 위젯과 네오플, 엔도어즈, 게임하이, JCE 등 수많은 개발사를 인수했으나 별도로 운영하는 정책을 펴왔다.

엔씨소프트가 심각한 경영상 어려움에 빠진 것도 아니다.

무차입 경영을 이어온 엔씨소프트는 IFRS 연결 기준 올 1분기 말 28.2%의 부채비율을 자랑하는 초우량 기업이다. 야구단 창단 후에도 보유한 현금 및 단기유가증권이 5천3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약 6천억원의 매출액에 1천3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둔 바 있다.

신작 게임 출시 지연 등으로 최근 이익 규모가 감소세지만 앞으로 출시되는 게임에 대한 기대가 오히려 증폭되고 있는 시점이다.

따라서 당일까지 한가하게 엔씨소프트의 주가를 전망했던 증권가에서는 '김택진 대표가 왜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지분을 넘겼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에 대해 최근 국내 업계 상황에서 지분 양수도의 이유를 찾아야 한다는 게 게임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올해는 특히 외산게임의 공세가 강하다. 지난해 '리그오브레전드'가 단숨에 PC방 점유율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리프트', '디아블로3'가 연이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캐주얼 게임(넥슨)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엔씨소프트) 게임에 특화된 두 회사가 손을 잡으면서 외산 게임에 대응한 개발력을 더욱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또 국내 게임업체의 실적이 갈수록 해외 성적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지난해 해외에서 선전한 넥슨은 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중국에서 성공을 바탕으로 네오위즈게임즈가 업계 2위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리니지'와 '아이온'의 해외 매출이 지지부진했던 엔씨소프트는 업계 4위로 떨어졌다.

엔씨소프트는 앞으로 해외 시장에서 강력한 퍼블리싱 네트워크를 가진 넥슨을 발판으로 해외 사업을 강화할 전망이다. 엔씨소프트로서는 넥슨이 필요했던 셈이다.

따라서 최대주주가 바뀌었으나 김택진 대표가 계속 엔씨소프트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1군에 진입하는 야구단 운영도 그대로 유지된다는 게 회사 안팎의 전언이다.

관심사항은 약 8천억원이란 거금을 쥔 김택진 대표의 행보다. 넥슨 재팬 등에 재투자해 교차로 지분을 보유할 것이란 예상도 제기된다. 또 다른 M&A 자금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 초 엔씨소프트는 SK텔레콤의 자회사이자 캐주얼 게임 개발사인 엔트리브소프트를 인수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한 바 있다.

M&A 업계 관계자는 "김정주 대표와 김택진 대표는 서울대와 KAIST 선후배 관계로 상당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번 딜도 별다른 실사 작업도 없이 거의 두 대표 간의 합의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순히 인수와 피인수가 아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딜로 봐야 한다"며 "엔씨소프는 경영권과 야구단 운영에도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scoop21@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