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신세계그룹이 가전 유통사업 확장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신세계는 이마트를 앞세워 전자랜드 인수에 한 발짝 다가섰으나 매각 측이 요구한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경쟁사인 롯데쇼핑은 하이마트에 인수전에서 국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밀렸지만, 과연 MBK가 하이마트 인수를 마무리할 수 있을지 의심하고 있다.

MBK가 인수하지 못하다면 롯데쇼핑이 다시 적극성을 보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롯데와 경쟁해야 하는 신세계는 적잖이 신경써야 한다.

IB업계 관계자는 2일 "차라리 롯데쇼핑이 하이마트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면 신세계는 '눈 딱 감고' 전자랜드에 베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신세계 내부적으로 전자랜드 인수 회의론이 팽배한 것으로 전해졌다.

IB업계에 따르면 전자랜드 매각 측은 3천100억원 가량의 가격을 제시했다. 많아야 2천억원의 예상 인수가격보다 훨씬 비싸다.

신세계로서는 적자 사업체를 인수하면서 전자랜드 차입금에다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내야 할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그동안 SK네트웍스나 롯데쇼핑이 전자랜드 매각 측과 개별 협상에 실패한 원인을 절실히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렇다고 전자랜드를 쉽게 포기할 수도 없다.

아직 MBK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한 하이마트 M&A가 어떻게 될지 아직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하이마트 주가는 지난달 21일부터 7거래일 연속 하락해 6만1천400원에서 어느덧 4만7천원까지 떨어졌다. MBK가 제시한 주당 8만원 초반대의 가격과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지난달 말 보호예수에서 벗어난 하이마트 우리사주 물량(6.36%)이 시중에 풀릴 가능성도 있다. 주가가 공모가인 5만9천원보다 크게 낮아 쉽게 물량이 나오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있으나 지난 1년 동안 우리사주를 담보로 한 하이마트 측의 대출이자 지원이 전면 중단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호예수에서 풀린 물량이 나오면 하이마트 주가는 더 내려갈 수 있다.

MBK로서는 여러모로 연기금 등으로부터 자금을 모집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하이마트 2분기 실적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증권은 최근 실적 전망 보고서에서 하이마트 2분기 매출액을 8천242억원, 영업이익을 610억원으로 예상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처럼 2.2%, 영업이익은 16.7%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4분기부터 실적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과 측근들이 회사를 떠난 후 실적 위축이 눈에 띄게 나타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MBK도 인수에 고민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신세계는 'MBK 포기, 롯데쇼핑 인수'의 시나리오도 염두에 둬야 한다.

IB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하이마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하면서 신세계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받아든 것처럼 보였으나 실상은 정반대"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신세계는 끝내 롯데쇼핑이 하이마트를 손에 얻지 못한다면 전자랜드를 포기할 수 있다"며 "그러나 MBK가 인수에 실패하면 가전 유통사업의 초반 경쟁을 위해 전자랜드와 지루한 협상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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