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사모투자펀드(PEF)가 자금을 잘 끌어모으길 바라는 수밖에 없죠."

16일 회계법인의 한 간부는 앞으로 인수·합병(M&A) 시장에 빙하기가 찾아올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M&A 시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미 매물 초과의 수급 불균형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의 `대기업 때리기'는 M&A 시장의 업종 불균형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난 2008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M&A 자문업계는 경기 침체에는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으나 대기업이 인수 측에 어느 정도 가담하지 않으면 PEF밖에 기대할 곳이 없다고 우려했다.

그만큼 대기업들이 핵심 사업군을 제외한 M&A에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A사는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B사 인수를 추진했다가 포기했다.

실사 결과 피인수 기업의 추가 부실이 발견되기도 했으나 무엇보다 그룹에서 자제하라는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룹 입장에서는 '문어발식 경영'이라는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대기업들이 해외 기업 인수에서도 핵심 영위 업종에 한정하려고 한다고 외국계 IB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이는 많은 자금을 보유하고도 국내 투자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움직임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경제 민주화'를 내세워 더 강도 높은 대기업 규제를 천명하고 있다.

새누리당 경선 후보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업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영을 보장하되 신규순환출자 금지, 공정거래법 강화, 엄격한 법집행을 강조했다.

통합민주당은 신규순환출자 금지는 물론 기존 순환출자의 3년 내 해소, 지주사의 부채비율 축소,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등을 내세웠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규제 강화를 피할 수 없다. 오히려 일부 계열사를 떼어내야 할 형편이다. 일부 대기업들은 이미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관련된 계열사를 매각해오고 있다.

결국, 대기업은 핵심 업종에서 해외 기업 인수 정도만 눈치 보지 않고 추진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 M&A 시장의 수급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국내 IB의 한 M&A팀장은 "M&A뿐만 아니고 기업금융 전 부문이 침체되고 있다"며 "M&A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PEF의 활동 범위가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경기 침체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증명된 PEF로 몰릴 수 있어 그나마 다행히 수급 불균형을 어느 정도 해소할 것"으로 진단했다.

로펌의 한 M&A 변호사는 "대기업의 핵심 업종이 아닌 매물은 주인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오히려 대기업 발 매물도 국내 M&A 시장의 공급 과잉을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PEF에 대한 세제 혜택, 중소기업 컨소시엄에 대한 자금지원 등 정책적 수단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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