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국민연금공단이 한라공조 공개매수 마감 시한을 하루 앞둔 23일 투자위원회를 열어 공개매수에 응할지를 결정한다.

국민연금은 한라공조 지분 약 8%를 보유해 대주주(미국 비스티온. 보유지분 약 70%)의 공개매수 성공 여부에 키를 쥐고 있다. 최대주주의 95% 이상 지분 보유는 상장폐지의 기본 요건이다

일부에서는 현대기아차그룹이 한라공조 공개매수를 반대해 국민연금이 주춤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는 현대차 등에 공조부품 70%를 공급하는 한라공조가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되면 협력사의 정확한 재무정보를 알기 어렵고 가격 협상도 어려워질 것으로 그룹에서 걱정했다는 내용이다.

물론 현대차는 대외적으로 이에 대한 견해를 밝힌 적은 없다.

그러나 만약 국민연금이 현대차의 이런 논리 때문에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는다면 적잖은 비판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IB 업계 전문가들은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물론 주요 부품사의 합종연횡이 활발한 시기에 자칫 외부에 지나친 폐쇄성으로 지적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기업도 해외 기업을 인수할 때 같은 논리로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

최근에도 현대차 협력사인 성우하이텍이 최근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WMU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폴크스바겐 납품사로도 알려졌다.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도 해외 M&A를 검토하고 있다.

또 IB 업계 관계자들은 상장폐지 후 가격 협상이 어렵다는 논리도 반박했다. 이는 현대차가 그동안 부품 공급업체가 조금이라도 이익을 많이 내면 단가 인하에 나섰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내 IB 관계자는 "'론스타 트라우마'로 해외 자본의 국내 기업 인수에 너무 폐쇄적인 분위기"라며 "국내 기업이나 자본도 해외 기업을 인수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현대차와 기아차 지분을 각각 6.75%, 6.95% 보유한 2대 주주라는 점에서 부품 단가인상 등을 걱정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현대차그룹이 전세계에 생산기지를 둔 완성차 업체라는 점에서 기우"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스티온이 한라공조를 상폐시킨 후 내부 자금을 가져가거나 다른 업체에 매각할 수 있다는 공개매수 반대 측의 논리에 대해 "현대차 매출 비중이 높은 한라공조를 비스티온이 마음대로 할 수 있겠느냐. 공개매수 후에도 한라공조에 현대차는 여전히 '갑'"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공개매수 찬성 측은 국민연금이 큰 투자수익의 기회를 놓친다면 자산신탁의 의무를 저버리는 꼴이라는 점을 여전히 강조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09년 한라공조 지분 5.05%를 주당 8천457원에 매입했고, 2010년 두 차례,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지분을 확대했다.

평균 취득가는 주당 약 1만원 초반대를 넘기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비스티온이 제시한 주당 2만8천500원은 국민연금으로 큰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가격이다.

한편, 일부 주식투자 관련 사이트에서는 국민연금 때문에 공개매수에 실패하면 업무상 배임으로 고소하겠다는 의견도 개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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