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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지난 주말 국내 산업계에는 두 가지 우울한 소식이 전해졌다.

우선 르노삼성자동차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또, KT는 KT테크에 105억원을 출자해 100% 지분을 확보하고 399억원을 들여 자산과 부채까지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KT테크를 내년 1월에 청산해 휴대전화 제조사업에서 손을 떼기 위한 조치다.

두 회사 모두 각각 자동차와 휴대전화 사업에서 지배적 사업자에 도전했다가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설사 매각 의사가 있다고 해도 새 주인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13일 크레디트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두 회사의 행보가 본사의 충분한 재무적 지원과 시장 변화에 대한 빠른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르노그룹은 지난 2000년 삼성자동차를 인수하고 일본 닛산과 손을 잡으며 품질 경쟁력을 내세워 한때 현대기아차그룹을 긴장시켰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단출한 라인업과 늦은 신차 출시, 국내외서 인정받기 시작한 현대기아차의 품질, 공격적인 GM의 영업전략 등으로 점차 시장 점유율을 잃어갔다. 특히 신형 SM5와 SM7가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수출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그나마 르노그룹의 판매망을 이용하는 탓에 수출에 대한 이익도 고스란히 가져오지 못한다.

올해 들어 7월까지 르노삼성의 내수 시장 점유율은 4.4%로 3.2%인 쌍용자동차에도 추월당할 판이다.





*출처 :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급기야 르노삼성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2천150억원, 당기순손실은 2천921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 부채비율이 100%를 밑도는 등 재무지표는 나쁘지 않으나 매입채무 감소에 의한 운전자본 부담이 급격히 늘었다. 실적 악화와 겹쳐 현금흐름도 좋지 못했다.

다급해진 르노삼성은 오는 2014년부터 닛산의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를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하는 등 자구책을 발표한 데 이어 희망퇴직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에버'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틈바구니에서 나름대로 선전했던 KT테크도 비슷하다. KT테크는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가 모두 '스마트폰 쇼크'를 받았으나 삼성전자처럼 재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새롭게 'TAKE'를 앞세워 지난해 소폭의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여전히 자본잠식 상태에 머물렀다. 대대적인 광고를 펼친 LG전자도 고전하는 마당에 경쟁사 못지않은 성능의 제품을 출시하고도 안착하는 데 실패한 것.

지난해에는 SK그룹 계열 SK텔레시스가 휴대전화 사업을 포기한 바 있다.

크레디트시장의 한 관계자는 "닛산과 손잡은 르노가 러시아의 최대 자동차 업체인 아브토바즈를 인수키로 하는 등 해외 사업을 확장하는 동안 르노삼성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박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품질경영과 대대적인 신차 출시로 국내외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데 르노삼성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르노삼성은 GM이 '쉐보레'를 앞세워 최근 선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는 KT의 휴대전화 사업 철수에 대해 "'에버'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으나 더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했고 스마트폰 대응도 늦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르노삼성과 마찬가지로 KT테크에 대한 본사의 재무적 지원이 아쉽다"며 "여기에 KT의 실적 악화도 사업 포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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