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국내 화학업체들이 최근 2년 동안 국내외 합작과 M&A, 공장 증설 등에 많은 돈을 쏟아부었으나 시황 하락기를 맞아 유연하게 자금을 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화학업체들은 그동안 높은 수익성으로 어느 정도 재무 완충력을 확보했다. 다만, 이러한 재무적 완충력도 수익성이 떨어지면 급속하게 나빠질 수 있다. 이미 차입금이 크게 늘어난 상태가 자칫 해당 업체들의 펀더멘털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20일 관련 업계와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화학업체들은 주력 생산제품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2차 전지, 태양광 등 신규 사업에도 앞다퉈 진출했다.

지난달에도 비록 현지업체 컨소시엄이 밀려서 실패했으나 롯데그룹 계열 케이피케미칼이 파키스탄의 석유화학업체인 'ICI 파키스탄' 인수를 시도하기도 했다.(7월31일 오전 10시46분 연합인포맥스가 송고한 '롯데계열 케이피케미칼, 파키스탄의 ICI 인수 무산' 기사 참조)

화학업체의 투자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정체를 보였다가 2010년부터 활발하게 전개됐다.

정유업체인 SK에너지가 1조6천억원을 투입해 파라자일렌(P-X) 공장 증설을 진행하고 있고, GS칼텍스(1조원)와 현대오일뱅크(6천억원)도 각각 일본업체와 합작을 통해 P-X 공장 증설에 나섰다.

LG화학, 호남석유화학, 삼성토탈, SK종합화학, 대한유화공업 등 업스트림 유화업체도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의 자금을 자체 증설이나 2차 전지 사업에 투입하고 있다.

또 한화케미칼, 금호석유화학, 한국바스프, 제일모직, 삼성정밀화학, 이수화학 등 다운스트림 유화업체들도 수천억원을 증설과 태양광(폴리실리콘 등) 같은 신규 사업에 투자하거나 계획 중이다.

이는 일부 제품의 공급 부족과 시황 호조 전망에 기인하는 움직임이다.

예를 들어 정유업체와 일부 유화업체가 집중하는 P-X의 경우 전방 섬유산업의 성장으로 빡빡한 수급을 나타내고 있고 중장기 전망도 나쁘지 않다고 한기평은 진단했다.

특히 업체들은 해외에서 합작투자나 M&A, 신규 법인 설립으로 생산과 판매거점을 확보해왔다. 예를 들어 SK종합화학은 합작으로 중국 현지화 전략에 구사하고 있고 LG화학은 카자흐스탄에 석유화학 합작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신규 영역은 주로 중대형 2차 전지와 디스플레이 소재, 태양광 등이다.

한기평은 이러한 화학업체들의 투자에 대해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태양광을 제외하고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재무구조 변화를 감시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한기평은 "과거 석유화학 경기사이클이 불황기로 전환 시 상당수 석유화학업체의 신용등급 조정을 촉발시킨 실질적인 요인이 업황 변동 자체보다는 개별 업체의 과도한 재무레버리지 수준에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행해 지난해 1분기까지 화학업체 수익성은 호조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후 유로존 재정위기 본격화와 중국 수요부진 등으로 업계 전반의 뚜렷한 수익성 약화가 발생했다. 이러한 양상은 올해에도 이어져 실제로 화학업체들의 전년동기대비 영업이익률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기평은 "좋아진 현금흐름으로 부채비율이나 순차입금의존도가 최근까지 별다른 등락을 나타내지 않았다"면서도 "수익창출력 대비 공격적인 투자는 재무레버리지 확대를 일으키고 급격한 수익성 악화가 동반되면 재무적 완충력은 단기간 내에도 급격히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시황 하락기에는 신규 투자를 신중하게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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