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SK에 이어 KT가 휴대전화 제조사업을 포기했고 삼성전자는 애플과 특허 전쟁에서 수세에 몰려 있다.

이런 상황이 LG전자와 팬택에 기회일까. 앞으로 팬택 매각은 어떻게 될까.

IB와 IT 업계 전문가들은 27일 SK와 KT의 사업 철수가 LG와 팬택의 스마트폰 판매에 다소 도움이 될지 모르겠으나 삼성-애플 소송전은 악재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종합적으로 '단기 호재, 중장기 악재'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또, 전문가들은 앞으로 팬택이 새 주인을 찾기가 더욱 쉽지 않게 됐다고도 분석했다.

최근 KT는 KT테크에 105억원을 출자해 100% 지분을 확보하고 399억원을 들여 자산과 부채까지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KT테크를 내년 1월에 청산해 휴대전화 제조사업에서 손을 떼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에는 SK그룹 계열 SK텔레시스가 휴대전화 사업을 포기한 바 있다.

대만의 HTC는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예정이다. 모두 삼성과 애플의 벽을 넘지 못한 탓이다.

SK와 KT의 시장 점유율이 미미하지만 적어도 선택의 폭이 좁아진 국내 일부 소비자들은 LG와 팬택의 스마트폰에 더 관심을 보일 수 있다.

LG는 이미 LTE서비스에 맞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옵티머스 뷰 후속모델과 함께 삼성-애플 소송에 대한 국내 판결이 나오는 지난 24일 쿼드코어 스마트폰 'G'를 마이크로 사이트에 공개했다. 팬택도 내달 5.3인치 쿼드코어 스마트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애플 소송전도 겉으로는 LG와 팬택에는 호재로 보일 수 있다.

삼성과 애플은 국내 법원으로부터 구형 모델에 대한 판매금지 판결을 받았다. 미국 법원은 삼성 제품 판매금지에 대한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양사 제품이 잠시나마 판매금지될 경우 LG와 팬택은 반사이익을 거두게 된다.

삼성은 지난 주말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방법원에서 배심원 평결에 따라 애플에 10억4천934만3천540달러(약 1조1천910억원)를 배상할 위기에 처했다. 이는 미국에서도 판매금지로 묶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LG와 팬택은 웃을 수만은 없다.

삼성은 이번에 문제가 된 기술을 대체한 덕분에 현재 시판 중인 제품 중 실제로 판매금지 대상이 될 것은 없다고 밝혔다. 신제품인 갤럭시S3는 순조롭게 판매되고 있고, 애플의 아이폰5(출시예정)도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는 상황이다.

세기의 소송전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양강 구도 인식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애플의 자회사인 지적재산권 전문회사 '록스타 비드코(Rockstar Bidco)'가 LG와 팬택에도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거액의 로열티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애플이 삼성에 완승을 거둔다면 다음 화살은 안드로이드 진영에 겨냥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팬택 M&A 시점조차 잡기 어려워졌다. 시장 상황이 너무 불확실해 인수자가 있다면 더 큰 모험을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LG는 KT가 KT테크를 내놓았을 때도 시큰둥했고 굳이 팬택을 인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채권단은 내심 SK와 KT가 나서주기를 바라고 있으나 이미 쓴맛을 본 양사는 전혀 관심이 없는 상태다.

국내 IB 관계자는 "LG와 팬택이 어지러운 시장 상황에서 약간의 반사익을 거둘 수 있겠으나 지속적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삼성-애플 소송전도 곧 LG와 팬택에 불똥이 튈 것"으로 우려했다.

IT 업계 관계자도 "판금에 따른 소비자의 반발이 나타낼 경우 삼성과 애플의 화해 가능성도 언제든지 열려 있다"며 "LG와 팬택의 신제품이 얼마나 어필할 지 모르겠으나 현재 상황은 양사에 모두 기회보다는 불확실성만 안겼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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