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LG그룹이 시설에 14조원, 연구개발(R&D)에 6조원 등 총 20조원의 사상 최대 연간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다른 대기업집단도 경기침체에도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잇따라 비슷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커졌다.

7일 IB 업계는 이에 대해 올해 대기업이 회사채를 통한 조달 규모를 늘리고 보다 적극적으로 인수 대상을 찾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우선 투자 증가에 따라 회사채 발행이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에 투자 계획을 발표한 LG그룹을 살펴봐도 추정할 수 있다.

연합인포맥스 리그테이블의 그룹사별 발행동향(화면 8474)에 따르면 LG그룹은 지난해 2조5천500억원을 공모 회사채로 조달했다.

LG유플러스가 5천5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LG화학과 LG디스플레이가 각각 3천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는 2011년 발행량 4조2천258억원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줄어든 수준이다.

그 해 각각 1조1천500억원, 1조1천358억원어치를 발행한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가 지난해에는 투자에 신중을 기하면서 규모를 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LG그룹은 올해 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3조2천억원 늘려 잡았다.

특히 전자부문에 초고해상도 모바일용 LCD 패널(LTPS) 생산라인과 미래 제품 준비 위한 OLED.산화물반도체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미래성장동력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며 13조4천억원을 책정했다.

현재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보유 현금과 영업현금창출력을 고려할 때 외부 조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다른 대기업집단도 투자를 확대할 경우 아무래도 저금리 메리트가 있는 회사채 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다. 또, IB 업계는 대기업집단의 투자가 M&A와 연결될지도 주목했다.

지난해 합병 등을 제외하고 완료된 경영권 이전 M&A(100억원 이상 딜, 로펌 자문액수 기준) 규모는 약 36조원 정도였다. 2011년 약 47조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대형 공공 딜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있다는 점에서 경기 침체와 맞물려 M&A 시장은 더 위축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대기업집단이 투자를 늘릴 경우 일부분을 인수자금으로 쓸 개연성은 있다.

대기업집단은 지난해 중소기업 영역사업의 철수, 한계 사업 청산, 합병과 같이 자체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런 가운데서도 삼성, SK, 한화그룹 등은 자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술업체 인수에 열중했고 롯데와 신세계그룹 등 유통업체들은 지난해에도 영토확장에 주력했다.

주력 사업의 업황 부진으로 고전하는 현대중공업이나 한진, 현대그룹도 호시탐탐 매물을 찾고 있다.

물론, 대기업이 M&A에 나선다고 해도 절대 시장 규모가 커질지는 미지수다. 경기 침체를 고려해 막대한 현금이 소요되는 딜에 나서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가 중소기업 육성에 의지를 피력하고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는 만큼 대기업도 LG그룹처럼 경제 활성화를 위해 투자 확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는 회사채 발행과 M&A로 연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대기업집단이 자체 구조조정으로 계열사 수를 줄이는 만큼, 인수대상은 전공 분야에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또, 경기 리스크를 고려해 대형보다는 중소형 매물에 집중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의 내부 유보금이 많다는 지적이 있으나 경기 리스크를 고려해 재무 완충력을 고려하는 대기업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투자 확대는 회사채 발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M&A가 늘어날지는 장담할 수는 없다"며 "대기업이 관심 가질만한 매물이 국내에 드문 형편이어서 대기업의 M&A는 주로 해외 쪽에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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