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국내 투자은행(IB)은 최근 2년간 인수·합병(M&A) 재무자문 분야에서 외견상 눈부신 성과를 거뒀으나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는 지적도 많다.

국내 IB는 크로스보더(cross border) M&A에서는 여전히 단독으로 자문하기 어렵고 대형 M&A에 참여한다고 해도 단순한 서브 역할에 그치기도 한다. 계열 은행 덕에 자문사 자리를 따내는 사례도 되풀이되고 있다.

따라서 해외 네트워크 확보, 스카우트를 통한 인력풀 확대, 거래를 발굴하는 적극적인 영업 등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4일 연합인포맥스 리그테이블의 M&A재무자문(화면 8460)에 따르면 일부 대형 IB는 이제 적어도 국내 시장에서는 외국계 IB 못지않은 '트랙 레코드'를 축적했다.

연합인포맥스가 집계를 시작한 2008년부터 2010년까지만 해도 완료된 금액 기준 순위에서 상위권을 외국계 IB가 휩쓸었다.

해외 파트너십과 오래된 회계자문을 기반으로 영업하는 삼일PwC나 삼정KPMG나 일부 IB가 계열은행의 보유 지분 거래에 참여하며 상위권에 간간이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2011년부터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우리투자증권과 산업은행, HMC투자증권이 삼일PwC와 삼정KPMG 등과 함께 톱10에서 외국계 IB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삼성증권과 하나대투증권, 동양종합금융증권도 15위안에 포함되며 호시탐탐 상위권을 노렸다.

특히 우리투자증권은 그 해 무려 14건을 성사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산업은행과 삼성증권도 각각 8건과 7건의 적잖은 거래에 참여했다.

지난해에도 하나대투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삼정KPMG, 삼일PwC와 함께 톱10에 들었고 10위~15위에 대우증권과 SK증권, 삼성증권이 자리를 잡았다.

경영권 이전은 물론 합병, 사업부 및 지분 양수도, 부동산 등 거래 종류도 다양했다.

그러나 국내 IB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자문 선정 입찰 시 여전히 외국계 IB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 국내 IB의 트랙 레코드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일부 대기업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업의 M&A 업무 담당자는 "여전히 채권은행 계열 IB의 나눠먹기식 실적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대형 거래에서 외국계 IB의 서브 역할을 하는 국내사의 실적을 고스란히 인정해주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삼정KPMG에 이어 국내 IB 중 가장 순위가 높은 하나대투증권도 실적 건수의 절반을 지주사 등 자체 계열사 거래로 채웠다. 우리투자증권도 자체 거래나 은행 덕을 봤다.

처음으로 15위안에 이름을 올린 SK증권도 SK텔레콤의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에 외국계와 함께 참여했을 뿐이다.

거래의 다양성이나 영업력만 놓고 보면 IB가 매년 수십 건의 자문 실적을 쌓는 회계법인에 미치지 못한다.

물론 어떤 방법으로든 꾸준히 M&A 실적을 쌓아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자문사에 경험만큼 큰 자산도 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순위를 꾸준히 상위권에 올릴 수 있다는 게 국내 IB 업계의 자체 진단이다.

IB 관계자는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 네트워크를 확보해야 한다"며 "회계법인처럼 파트너십도 고려해야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혁신적인 인센티브로 인재에 대한 스카우트 전쟁을 벌여야 한다"며 "애써 키워놓은 자문역들이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IB로 빠져나가는 일이 너무 많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공기업부터 너무 외국계 IB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비용 절감을 이유로 지나친 수수료 경쟁을 촉발, 국내 IB의 질적 성장을 막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국내 IB도 거래를 발굴해내는 실력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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