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사모투자펀드(PEF)가 예상대로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한겨울 추위처럼 맹위를 떨치고 있다.

M&A 시장은 수요(인수자)를 초과하는 공급(매물)과 잔뜩 움츠린 대기업, 장부가 이하의 주가 움직임 등으로 침체기를 통과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풍부한 자금을 공급받는 PEF가 인수자로 나서며 완충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21일 M&A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PEF인 MBK파트너스가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를 인수키로 했다. 이는 이랜드의 케이스위스 인수와 함께 연초 패션업계의 최대 뉴스로 시선을 끌었다.

우여곡절 끝에 웅진코웨이를 인수한 MBK가 숨도 고르지 않고 연초부터 실적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날 본입찰이 실시되는 대한해운 딜에도 SK해운, CJ GLS 외에 낯익은 PEF가 지난달 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바 있다. 해당 PEF는 지난해 대한시멘트를 인수한 데 이어 이 회사를 앞세워 쌍용양회 소수지분도 사들인 한앤컴퍼니다.

한앤컴퍼니는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유진기업 광양공장 인수도 최근에 마무리했다. 건설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시멘트 업체와 지분, 공장을 잇달아 인수하자 한앤컴퍼니의 모건스탠리 출신 한상원 대표까지 시장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연합인포맥스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활발했던 PEF는 정책금융공사가 출자하고 여러 기관이 각기 운용하는 '코에프씨(KoFC)..' 시리즈로 약 7건의 딜에서 인수자로 나섰다.

스틱인베스트먼트와 큐캐피탈파트너스 등 벤처캐피탈도 중소형 M&A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부동산 시장에서는 전문 PEF와 리츠가 휩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러한 PEF의 공격적인 행보는 대기업이 잔뜩 움츠린 가운데 올해도 더욱 돋보일 전망이다. 무엇보다 투자처를 찾는 기관들이 PEF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삼성증권이 조사한 결과에서 국내 기관투자자 70곳 중 74%가 2013년 국내외 PEF 투자를 확대하겠고 밝히기도 했다.

선호하는 PEF 유형으로는 기업 경영권 인수 후 가치를 높여 재매각하는 '바이아웃(Buy-out)'(30.8%), 기존 PEF 지분을 매입하는 '세컨더리(Secondary)'(28.6%), '부동산PEF'(23.1%), 채권이나 구조화 상품에 투자하는 '뎁트(Debt)'(17.6%) 순이었다.

이처럼 세계적인 저금리와 증시 변동성 확대로 장기 투자로 PEF가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PEF 투자도 고위험 투자다.

예를 들어 MBK의 경우 HK저축은행, C&M 등 기존 투자에 대한 엑시트가 여의치 않아 고심하고 있고, 한앤컴퍼니도 슬래그시멘트의 국내 생산 1위로 올라섰으나 장기적인 건설 경기 불황에 우려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IB 관계자는 "PEF가 M&A 시장에서 수급 불균형을 어느 정도 해소해주고 있고 이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트랙레코드를 충분히 쌓은 유명 PEF가 대형 딜에 자주 얼굴을 내밀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은 이미 'PEF 천하'"라며 "그러나 PEF가 투자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은 만큼 사전에 충분한 안전장치를 해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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