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환율은 한 나라의경제 펀더멘털을한 눈에 보여주는 대표적인 거시금융지표다. 한나라의 경상수지,성장률 등 건전성에 대한 대내외의 평가가환율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게 외환시장의 정석이다.

환율은 또 정치적 행위의 산물이기도 하다. 1985년 9월22일 미국,일본,독일,프랑스,영국이 미국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엔화와 마르크화의 절상을 합의한 플라자합의가 대표적인 사례다. '플라자 합의'가 채택되자이후 2년 동안 달러 가치는 각국의 경제 펀더멘털과무관하게 30% 이상 급락했다. 일본은 당시미국채 등에 투자한 국부를 앉은 자리에서 30%나 날렸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결정되는 달러-원 환율에도정치적 행위나 분위기가 반영된다면 향후 방향성은 아래쪽이 유력하지 싶다.

당장의 정치적 분위기를 보면여야 미래의 권력자 후보들 모두가 대기업 중심보다는 서민 등 국민 중심으로 환율을 운영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권이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다시 손 보겠다고 벼르는 등무서운 기세로 대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지금 여권은 그동안 친재벌,대기업 우호적이었다는 국민들의 인식을 부담스러워 하며 필사적으로 이미지 쇄신에 나서고 있다. 소비자 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가운데 환율 운용도서민에 우호적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지난 2002년부터 최근까지 달러-원 환율의 주봉 그래프>



야권은 아예 재벌에 대한 세금을 신설하는 등 골목상권까지 침범한 대기업의 탐욕스러운 행보를 다잡겠다고 나섰다. 특히 전 정권에서 경제 운용을 책임졌던 인물들이 핵심 당직에 포진하고 있어 환율 정책 등도 전정권의 사례를 적극 참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정권에서 달러원 환율은 1,000원 미만에서 움직였다.

SNS를 기반으로 한 직접 민주주의 형태가 강화됐다는 점도 환율 하락에 우호적인 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 유권자들이 각종 정치적 이슈 등에 대해 실시간으로 의사를 표시하고 있어 정치권이 이를무시할 수 없을 지경이 됐다. 소비자물가 4% 시대에 지친국민들은 높은 환율 보다는 낮은 환율을 선호한다.

이런 정치적 변수에다 글로벌 경제 환경도 달러-원 환율의 하락쪽에 우호적인 것 같다.유로 재정 위기 등이 당초 우려보다 빠른 속도로 완화될 조짐을 보이는 데다 미국 경제지표도 호전되면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위험자산 가운데 하나인 코스피지수 등 원화자산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투자대상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유동성을 자랑하는 옵션시장까지 개방되는 등 한국의 주식시장이 외국인 입장에서는 다루기 좋은 투자대상이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올해들어 국내 주식시장에서 6조원 가까운 폭풍 매수세를 이어온 것도 이런 정치 경제적 변화를 선반영한결과물로 해석될 수 있다.

정치적 지형 변화에 따라 내년에는 세자릿 수의 달러-원 환율을 구경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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