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보험사의 예정이율은 확정금리형 상품마다 미래에 내줘야 할 보험금을 고려해 만든 이율인 동시에 고객의 보험료로 채권 등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기대 수익률이다. 보험사가 시장 저금리 기조 속에 채권 투자의 역마진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예정이율, 즉 채권 투자에 따른 기대 수익률이 실제 시장 이율보다 높게 책정돼 있기 때문이다.

고객의 보험료는 예정이율을 반영해 산정되는 만큼 예정이율이 인하된다면 보험료는 높아진다. 저가 경쟁을 펼쳐야 하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예정이율을 쉽사리 낮출 수가 없고, 자연스럽게 채권투자에 대한 역마진 부담도 떠안을 수밖에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예정이율이 보험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약 85%로, 예정이율이 1%포인트 변할 때마다 보험료는 8%에서 최대 36%까지 달라진다.

30일 채권업계는 금융감독원의 표준이율 인하를 전후로 보험사들의 예정이율 인하가 이어진다면 이들의 채권투자 여력도 증대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예정이율이 보험사의 신규 상품에 적용되는 만큼 당장의 실질적인 채권 조달비용 감소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채권업계의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가 이미 예정이율을 인하했다는 추정이 제기되는 가운데 금감원의 표준이율 인하에 따라 예정이율을 인하하는 보험사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라며 "자연스럽게 이들의 채권 투자 역마진 부담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보험사의 채권 매수세가 당장 채권금리를 공격적으로 끌어내릴 수는 없겠지만, 금리의 상방 경직성을 강화하는 데는 주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채권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보험사의 예정이율이 인하되더라도 신규 보험상품에만 적용되는 만큼 당장의 직접적인 채권투자 여건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라며 "다만 보험사 예정이율의 움직임은 채권업계의 전반적인 매수 심리 강화에 도움을 주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보험업계가 사실상의 예정이율 가이드라인으로 삼고 있는 금감원의 표준이율은 현재 장.단기 상품에 관계없이 4%로 책정돼 있다. 표준이율은 얼마 전 생명보험사의 예정이율 담합과 관련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지난해 공정위는 지난 2001년부터 2006년까지 16개 생보사들이 예정이율을 담합해 부당하게 보험료를 상향 조정했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보험사들은 당시 표준이율에 맞춰 예정이율을 정한 것이기 때문에 담합이 아니라고 주장했었다.

오는 4월 표준이율의 25bp 인하 방침과 관련해 금감원이 표준이율과 보험사의 예정이율이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는 것도 업계 담합을 둘러싼 표준이율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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