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다음 달 총선을 앞둔 이탈리아가 3대 은행 MPS(Monte dei Paschi di Siena) 문제로 시끄럽다. MPS가 의혹을 받는 문제는 두 가지다. 2007년에 말도 안 되는 비싼 값에 경쟁 은행을 인수한 것, 2006~2009년 파생상품을 거래해 7억유로의 손실을 본 것이다. 사법 당국은 은행 인수를 위해 MPS가 뇌물을 제공했는지, 해당 파생상품이 위법한 것인지 조사하고 있다. MPS와 드라기 총재는 이탈리아 중앙은행(BOI)이라는 고리로 엮인다.

2011년 ECB 수장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드라기는 상업 은행을 감독하는 BOI 총재였다. 그는 MPS가 투스카니 지방 은행인 안톤베네타를 은행 매출의 두 배가 넘는 90억유로에 인수할 때 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데 대해 그동안 꾸준히 의혹을 샀다. 드라기는 MPS에 자본을 더 확충하라고 지시했지만 양사의 합병에 수상한 점은 없었다는 말로 일관했다.

MPS에 대한 BOI의 감독 역할에 의구심을 키운 것은 지난주 일간지 '코리에레 델레 세라'의 보도였다. 신문은 BOI 내부 보고서를 실으며 BOI가 2010년 당시 MPS를 조사하면서 파생상품 거래를 알았다고 폭로했다. BOI 조사관들은 MPS가 노무라, 도이체방크 등이 하는 복잡한 파생상품 거래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이 거래에 "위험이 적절히 통제되지 않았고 이 위험이 MPS 이사회에 알려지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드라기를 향한 공세는 총선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드라기는 이번 총선에서 중도 연합을 이끄는 마리오 몬티 총리 성향으로 분류된다. MPS는 중도좌파 민주당과 정치적 연대를 맺고 있다. 이들과 대척점에 서서 정권 탈환을 노리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임무를 유기한 당국 때문에 납세자가 희생될 수 없다는 논리로 여론을 몰고 있다. MPS 사태를 놓고 벌이는 정치 9단 베를루스코니의 네거티브 전략과 이를 방어하는 드라기ㆍ몬티 측의 대응이 한 달 남은 선거기간에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볼 일이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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