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 '고객'의 이름을 달고 사장님이 떴다. 사장님의 방문은 언제나 긴장되지만, 그 사장님이 고객으로 분할 때, 긴장감은 배가 된다. SK증권의 이야기다.

지난 22일 이현승 SK증권 사장이 본사 영업부를 찾았다.

30여 명의 해당 부서 직원들은 적잖이 숨죽였다. 고객의 명찰을 단 사장님을 상대로 상품을 판매하는, 이른바 '롤플레잉'이 진행됐다.

고객만족(CS)이 중요한 금융사들은 이따금 롤플레잉을 실시한다. 상품판매와 고객상담을 시연하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함이다.

하지만, 역할극의 일종인 롤플레잉은 모의 테스트 성격이 짙다.

인사고과에 직접적인 반영은 안 되지만 잘한 직원과 잘못한 직원에 대한 평가는 나오기 마련이다.

SK증권은 최근 고액자산가 대상의 자산관리(WM)사업 강화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리테일 영업방식을 혁신하고 자산관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9개의 PIB센터도 마련했다.

자산관리 시장의 후발주자인 SK증권이 고액 자산가와 대주주, 최고경영자(CEO) 등을 상대로 자사 브랜드를 확실히 인식시키려면 고객 응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롤플레잉에 나선 사장님의 숨은 뜻이 읽히는 부분이다.

SK증권 관계자는 "사장님의 이번 방문은 현장경영의 하나로 평소에 만나지 못하는 직원들과의 스킨십을 늘리는 의미가 더 크다"며 "롤플레잉은 실시했지만, 아직 전 지점 부서로 확대해 시행할 계획인지는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때때로 여의도 사장님들은 직접 지점을 방문해 우수 지점과 직원을 표창하고, 길거리에서 상품 안내서를 고객들에게 직접 나눠주기도 한다. 롤플레잉과 같은 테스트는 물론, 깜짝 방문으로 직원들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

현장경영의 이름으로 직원들에게 '당근'과 '채찍'을 선물하는 셈이다.

직원들 처지에서는 적잖이 긴장되는 일이지만 반응은 나쁘지 않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A 증권사는 몇 년 전 롤플레잉을 잘못한 지점장이 퇴출당하며 해당 증권사의 CS가 크게 향상된 적이 있다"며 "직원들에게 사장님의 격려와 충고가 다른 상사에 비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어 증권가의 현장경영은 점차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산업증권부 정지서 기자)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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