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발(發) 세대교체 바람이 그룹 금융 계열사인 삼성카드에도 매섭게 불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 부회장 승진 후 전 계열사에서 이뤄지는 세대교체가 강도 높게 진행되는 모습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지난 연말 부서장급 직원 15명 가량을 비롯해 100명 안팎의 직원을 내보냈다.

보직이 없던 부장급 직원과 그 이하 직급의 직원들 상당수도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다.

희망퇴직을 하지 않은 만 50세 이상의 부서장들은 대부분 보직 '계급장'을 반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세대교체 움직임에 대해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교체 기준이 일률적이고 단순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희망퇴직이라고는 하지만 50세를 기준으로 한 '사실상 구조조정'이 회사에 대한 로열티와 직원 사기를 갉아먹는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대표적으로 회자되는 게 삼성카드 A씨 사례다.

최근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A씨는 한때 '자랑스런 삼성인상(賞)' 후보에 오르기까지 한 잘나가는 '삼성맨'이었다.

자랑스런 삼성인상은 그룹 전체를 통틀어 한 해 동안 자기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낸 직원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수상자에게는 한 단계 직급 특진과 상금 1억원의 특전이 주어진다.

A씨는 지난 2002년 자신이 고안해 낸 유선을 이용한 카드론 신청 등 카드금융 관련 사업 아이디어로 실력을 인정받아 자랑스런 삼성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2008년에는 함께 일하던 후배와 인터넷과 ATM, 휴대전화를 이용한 현금서비스와 관련한 플랫폼을 개발해 BM(business model) 특허까지 따냈다.

인터넷이나 전화로 카드론 이용에 문의가 진행되다가 고객이 대출 절차를 중도에 그만둘 경우 회사에서 고객에게 직접 전화를 해 추가 상담을 해주고 대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이다.

대출을 중도 포기하려는 '자투리' 고객을 확보하는 시스템인 셈이다.

A씨가 개발한 이 시스템으로 삼성카드가 최근 2~3년간 벌어들이는 연간 수익은 1천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지 5년도 채 안 돼 해당 모델에 대한 특허권은 삼성카드에 남겨두고 A씨는 타사로 자리를 옮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논리가 삼성인상 후보도 비켜가지 않는 현실"이라며 씁쓸해 했다. (산업증권부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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