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지난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43차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미국 대형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외모'에 월가의 관심이 뜨겁다.

블랭크페인 CEO는 당시 닷새 정도 면도하지 않은 듯한 모습으로 덥수룩한 회색 수염을 기른 채 나타났다. 다보스에서 그의 모습은 수염의 대명사로 알려진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비슷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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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버냉키, 오른쪽 블랭크페인>



블랭크페인 CEO도 버냉키 의장처럼 머리가 벗겨졌는데 회색 수염까지 기르니 '버냉키 아바타'가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월가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블랭크페인 CEO가 '월가의 수염클럽'에 가입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돌았고,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처럼 '어두운 골목에서 마주치고 싶지 않은 금융권 임원'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골드만삭스 홍보담당자들은 블랭크페인의 수염 때문에 한동안 곤욕을 치러야 했다. 기자들이 블랭크페인을 볼 때마다 '수염을 왜 기르는 것이냐"고 홍보팀에 끊임없이 물었기 때문이다.

블랭크페인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한 힌트를 줬다. 그는 인터뷰에서 수염을 기른 것이 더 이상 일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나타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는 항상 휴가 때 수염을 길렀다. 그때마다 항상 생각하는 것은 '아 수염을 깎지 않는다면 휴가도 계속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한 외신은 블랭크페인 CEO가 올해 안에 퇴직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의 주니어급 뱅커들과 트레이더들이 '나도 수염을 길러도 되겠다'라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

수염을 기를 수 있는 특권은 골드만삭스에서 오직 블랭크페인 CEO에게만 주어졌기 때문이다. 단정한 용모로 고객을 만나 영업을 해야 하는 금융맨이 수염을 기르는 건 월가에서 금기다.



○… '많이 벌면 씀씀이도 크다.'

월가 종사자들은 많은 돈을 받고 일하지만 그만큼 보이지 않는 지출이 있다고 미국 경제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BI)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I는 남성 수트와 신발에 드는 돈은 물론 객실청소(집 청소) 서비스와 드라이클리닝 서비스에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든다고 전했다. 그 뿐만 아니라 월가에서 성공하려면 사회적인 친목도모도 중요하기 때문에 품위유지비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우선 금융맨들은 야근이 잦아서 출퇴근이 편한 금융가에 집을 얻는 게 편한데, 방이 두 개 딸린 아파트의 월세는 평균 3천300달러(약 360만원)가 든다고 한다.

정장 구두는 한 켤레에 못해도 200달러(약 21만원) 이상인데 최소 두 켤레가 필요하다고 한다. 여성용 정장 구두 가격은 남성의 것보다 두 배정도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구두를 닦는 데에도 한 달에 최소 20달러가 소모된다.

남성용 수트(정장)는 유명 브랜드의 경우 한 벌에 1천500달러~3천달러(약 165~330만원)인데, 최근 질이 좋고 저렴한 맞춤형 수트도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월가 금융맨들은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으로 근무시간이 길어서 음식이나 커피를 사먹는 데에도 많은 돈이 든다. 이처럼 음식에 소요되는 돈은 한 달에 약 600달러(약 65만원)정도다.

일반 가정에서 일 년 동안 드라이클리닝에 드는 돈은 평균 500달러(약 55만원) 정도지만, 평상시 수트를 입어야 하는 월가 종사자들의 경우에는 드라이클리닝 할 일도 많아져서 일 년에 약 1천500달러(약 165만원)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가의 금융인들은 친목도모를 위해 골프도 자주 치는데 골프회원권을 사려면 '연줄'이 필요하다고 하며, 연줄이 생기더라도 8천500달러(약 925만원)가 들고 '세보백 골프 회원권'의 경우 65만달러(약 7억원)까지 나가 뉴스에 나오기도 했다.

일이 바쁘다 보니 연인과의 중요한 기념일을 챙기지 못하거나 데이트 약속을 취소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를 무마하기 위한 선물로 보통 한 번에 150달러~300달러(약 16~32만원)를 쓴다고 한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닐 카시카리(39) 이사가 회사를 떠나 정계로 진출한다.

카시카리 이사는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 미국 재무부 차관보로서 금융기관 구제 프로그램인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을 감독했다.

이후 2009년 12월에는 핌코로 자리를 옮겨 주식 관련 신규 상품을 출시하는 일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핌코를 떠나는 카시카리 이사는 캘리포니아주에서 공화당 소속으로 출마할 계획이다. 캘리포니아주는 민주당이 장악한 지역이다.

카시카리 이사가 염두에 둔 공직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주지사나 상원의원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진단됐다.

그는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나 1997년 캘리포니아에서 항공 우주 공학자로 일한 경력이 있다.

이후 MBA를 따고 골드만삭스에서 일하다가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의 눈에 띄어 2006년부터 재무부 차관보 자리에 올랐다.



○…월가 경영진들은 다보스 포럼에서 어떤 대화를 나눴을까.

이들은 경영 환경이나 업계 전망 외에도 인력난을 함께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진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동안 스캔들, 실적 부진 등으로 물러난 임원들 자리를 누구로 채울지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능력 있는 사람들은 월가를 떠나 헤지펀드, 사모투자회사 등으로 향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이들은 월가가 지루하며 더 이상 도전할 것이 없는 정체된 곳이라고 느끼고 있어 월가에 머무를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유발한 월가는 적반하장으로 보너스 잔치를 하면서 공분을 산 바 있다.

월가 경영진이 인재 확보를 당면한 현안으로 인식한다면 유능한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보너스를 퍼주는 관행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kkm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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