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친형인 이맹희 씨와 벌인 유산소송에서 승리했지만 뒷맛이 완전히 개운치는 않다.

1심 판결에서 상속과정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완전히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32부(부장판사 서창원)는 1일 열린 1심 판결에서 "상속개시 또는 상속재산분할합의서를 작성했던 1989년 당시 차명재산과 관련해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분할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다만, 제척기간(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한)이 지났고 청구 대상물이 상속재산이 아니거나 상속재산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즉, 재판부 판결의 요지는 '상속이 정당하게 진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상속권이 침해됐더라도 이미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공판 과정에서 원고인 이맹희 측은 "이 회장이 차명유산을 형제들에게 알리지 않고 몰래 독식했다"며 상속 과정이 정당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 이 회장 측은 재산분할합의서를 제시하며 "해당 재산을 이 회장이 승계받는 것에 형제들도 모두 동의했다"고 반박했다. 상속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 회장 측의 이런 주장엔 동의하지 않았다. 결국, 이 회장 측은 상속과정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제대로 증명하지 못한 것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제척기간'과 '청구대상의 법적동일성' 논리를 앞세운 삼성 측의 주장이 효과적이었다"며 "다만 이 회장으로서는 상속과정에 이상이 없다는 주장은 확실히 인정받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당초 이 회장 측은 재판 승소를 통해 '친형의 재산을 가로챘다'는 원고 측 주장이 사실을 아님을 입증받고자 했다. 하지만, 1심 판결로는 이런 바람까지는 실현되지 못한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 측이 승소를 바랐던 데에는 금전적인 이유뿐 아니라 명예를 회복하고자 하는 이유도 컸다"며 "하지만 이번 판결로 그런 바람이 다 충족되지 못해 뒷맛이 개운치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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