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유로화 강세가 끝내 꺾일까.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 잇따라 터진 부패 추문은 투자자들을 걱정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추문들이 유로존 부채 위기가 진정됐다는 심리를 뒤집으면 유로화의 짧은 랠리가 끝날 수 있다. 부패 추문 가운데는 이탈리아 정부가 부실 은행 MPS의 위험 투자를 눈감아줬다는 내용이 있다. 이는 금융권에 대한 불안까지 다시 불러일으킬 만하다. 공교롭게도 네덜란드 은행 SNS레알이 국유화 수순을 밟았고 그리스 은행들은 민간 투자를 유치하지 못해 정부에 매달리고 있다고 한다.

SNS레알은 최근 예금 대량 인출 사태(뱅크런)를 겪고 자금을 확충하려고 민간 투자자들과 협상을 벌였지만 실패했다. 이 은행은 자산 규모로 네덜란드 4위 은행으로 부동산 대출에서 큰 손실을 봐 이미 한 차례 구제금융을 받았다. 지난달 네덜란드의 다른 대형 은행 ABN암로와 ING, 라보방크 등 3곳이 SNS레알을 지원하려 했지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이 계획을 막아 무산됐다.

그리스 은행들도 SNS레알과 비슷한 곤경에 처했다.

그리스 4대 은행은 그리스의 구제금융 1천720억유로 가운데 270억유로를 수혈하고 별도로 25억유로를 민간 투자자로부터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은행의 밸류에이션이 좋지 않아 민간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 현재 그리스 은행 주식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 중에 자산운용사는 없고 헤지펀드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은행들이 불리한 시나리오가 펼쳐졌을 때 잘 대응하지 못해 이들의 대차대조표가 알려진 것보다 나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리스 은행이 민간 투자를 받지 못하면 전면 국유화될 가능성이 있다. 은행 측은 지난해 여름에 정해진 자본 확충 요건이 너무 가혹하다고 불평한다. 금융권은 국유화만은 피하고자 자본 확충 요건을 완화해달라며 그리스 정부를 상대로 전방위적 로비에 나섰다고 한다. 그리스 정부가 또다시 원칙을 깨고 로비에 흔들린다면 조금씩 살아나던 그리스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다시 무너질 수 있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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