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한국증권금융이 달라졌다. 정적이던 조직 분위기가 활기를 띠자 금융투자 업계에서 한국증권금융을 바라보던 시선도 바뀌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 박재식 한국증금 사장이 있다.

한국증금에 새롭게 둥지를 튼 지 두 달이 지나서야 박 사장을 사무실에서 만났다. 뚜렷한 경영 목표를 세우기 전까지 언론 인터뷰를 자제하던 그였다.

박 사장은 7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30여 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처음 맡게 된 민간부문의 CEO라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직원들과 한국증금, 그리고 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경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취임 이후 모든 경영활동에 직접 참여했다. 신입사원 면접은 물론 직원들과의 산행, 업계 수장들과의 오찬, 한국증금의 일상을 전하는 페이스북까지 박 사장의 손을 거쳤다.

이전과 차별화된 박 사장의 행보는 직원들을 적잖이 당황케 했지만, 이제는 달라진 조직 분위기를 반기는 직원들이 더 많다. 소통을 중시하는 그의 '현장 경영'이 한국증금의 새 바람이 된 셈이다.

그는 "막상 이곳에 와 보니 공공기관의 성격보다는 업계와 함께 하는 비즈니스 기관으로의 면모가 더 컸다"며 "역동적인 조직분위기를 만들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한다면 한국증금이 업계에서 할 수 있는 역할도 더 커지리라 본다"고 설명했다.

CEO의 신속한 의사결정이 조직을 살린다고 생각하는 그는 취임 이후 형식적인 보고 절차를 없앴다. 상황에 따라 문자로 보고하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증금의 주요 일정을 올려놓으며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네트워크 만들기에 노력하고 있다.

오는 16일에는 직원들과 함께하는 워크숍 자리도 마련한다. 전 직원이 모여 한해의 경영 목표와 비전을 이야기하는 것은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무엇보다 박 사장의 상생경영은 어려운 업계와 함께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 그가 취임 이후 30여 명의 금융투자업계 CEO를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직접 전해 들은 것도 그 때문이다.

박 사장은 "업계가 어렵다고 하지만 해결책은 대형사와 중소형사, 각 증권사별로 다르다"며 "어려움을 공감하고 한국증금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방법을 이야기한 만큼 경영계획에 반영해 진짜 상생경영을 실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 미국 오레곤대 대학원 경제학과 과정을 마쳤다. 옛 재정경제부 시절 국제기구과장, 보험제도과장을 지냈고 기획재정부 국고국장을 거쳐 지난해 2월부터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지냈다.

다음은 박 사장과 일문일답.

--취임한 지 두 달이 지났다. 가장 주력한 부분은.

▲증금의 발전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가장 많이 고민했다. 우리 비즈니스 영역 중 독점적 지위를 가진 부분은 1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은행 등 금융사와 경쟁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금융투자업계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우리는 어떤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는지 생각했다.

--증금은 기관의 성격상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노력을 할 계획인가.

▲올해 경영계획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재무적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다. 증금은 투자자들의 자금을 관리한다는 면에서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재무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취임 이후 자산건전성을 높이려고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점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임기 중 재무목표를 영업자산 200조원, 자기자본 2조원, 당기순이익 2천억원, ROE 15%로 제시한 것도 재무적 안정성이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

--업계와의 상생을 위해 준비한 비즈니스가 있다면.

▲현재 내부적 여신규정을 재검토하고 있다. 대출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에 좀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줄 수 있는지를 논의 중이다. 업계와 세 차례에 걸쳐 만나며 어렵다는 이야기를 충분히 전해들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역할이 뭐가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아직 사업계획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업계와의 상생을 담아낼 방안들을 충분히 넣을 예정이다.

--신년사를 통해 중장기 성장 동력 마련을 강조했는데.

▲전임 사장님들이 중장기 비전을 세워뒀다. 다만, 최근 경영환경이 급변화하다 보니 세부적인 부문을 다듬을 계획이다. 특히 저금리 저성장 추세가 지속하고 있어 금융산업 역시 큰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수정할 계획이다. 이 부분은 오는 16일 전 직원 워크숍을 통해서 좀 더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중장기 비전인 만큼 조직원 전체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금융행정과 시장경제를 직접 다룬 전문가로서 현재 금융시장을 진단한다면.

▲자본시장에서 자금이 모일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신상품 개발, 시장 헤지를 통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국민은 여전히 자본시장에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은 최후의 보루였던 국채시장까지 개방됐다. 외국인들이 드나들며 형성된 시장 불안감이 국내 투자자들에게 전이되고 있다. 시스템적 대응을 위한 인프라 강화는 물론 금융투자업계 자체도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자구책을 마련해야한다고 본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력은.

▲우정사업본부 보험사업단장을 지내며 30조원 이상의 보험자산을 운용한 경험이 앞으로의 3년에 큰 힘이 될 것 같다. 그 시절 금투업계 사람들과 꾸준히 만나고 채권, 주식시장에 대해 고민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밖에 사무관 시절 외환위기 직전의 증권업을 담당했던 경험이나 과장 때 카드사태를 직접 경험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지나고 나니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이 제일 빛나는 기억이 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국증금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민간 분야에 첫발을 내디딘 만큼 성공한 CEO가 되고 싶다. 증금이 상업적 금융기관으로서 수익을 창출해 새로운 공적 기관으로서의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증금 식구들과 즐겁게, 웃으면서 일하고 싶다. 증금이 일하고 싶은 직장, 열심히 일하게 되는 직장으로 거듭나도록 열심히 하겠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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