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유럽중앙은행(ECB)의 2월 정례회의는 마리오 드라기 총재에게 여러모로 껄끄러운 자리다. 그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경제성장 부진과 유로화 강세에 관해 논평을 자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시장의 실망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통화 정책과 관련한 이슈보다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스캔들이 더 골칫거리인지도 모른다. 드라기 총재는 이탈리아 은행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MPS, Monte dei Paschi di Siena) 부실에 관한 감독 소홀에 관해서도 기자들의 질문 세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MPS 주주와 고객, 보수 정당 정치인을 중심으로 시작된 드라기 총재와 이탈리아 중앙은행(BOI)에 대한 비난은 식을 줄 모른다. MPS 논란은 중도좌파 민주당의 지지율까지 깎아 먹었다. 줄리오 트레몬티 전 이탈리아 재무장관은 이탈리아 은행을 감독하는 데 있어 드라기 총재가 MPS의 파생상품 손실을 알거나 막지 못한 것은 '대경실색'할 일이라고 몰아붙였다.

드라기 총재는 이탈리아 중앙은행(BOI) 총재로 있을 때 MPS에 자본을 확충하고 경영진 교체를 압박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한다. BOI의 한 고위 관리는 부실 은행에 대한 조사가 총재나 이사회의 몫이 아니라 BOI 내 감독관의 역할이라면서 총재는 조사의 중립성을 위해 조사를 지시할 수 없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격의 여지가 많은 발언이다. 총재의 권한이 부실을 감독하는데 결코 부족하다고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드라기 총재가 재임 때 MPS의 불투명한 파생거래를 알고 있었음은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다.

이 가운데 MPS는 6일 밤 성명을 내고 세 가지 파생상품 거래에서 발생한 손실을 공식 확인했다. 손실액은 지난해 10월에 나온 추정치보다 1천만유로 많은 7억3천만유로였다. MPS를 위해 설계한 파생상품에서 손실이 나자 도이체방크가 MPS에 15억유로를 빌려줘 파생손실 규모를 축소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탈리아 검찰은 MPS 자산 4천만유로를 동결하고 정부로부터 받은 특혜 의혹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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