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원의 국제금융전망대> 뱀띠해의 경제
<이장원의 국제금융전망대> 뱀띠해의 경제
  • 승인 2013.02.12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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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2013년 계사년은 검은 뱀(黑蛇)의 해다. 동서양의 각종 전설에서 뱀은 양면성을 가진 동물로 묘사된다. 뱀은 인간을 해치는 두려움의 대상으로 그려지기도 하지만 재산과 복을 지켜주는 영물로 추앙받기도 한다. 이러한 뱀의 양면성은 국제금융시장에서도 자주 드러난다. 과거 뱀띠해에는 잘 나갔던 호황과 이를 한칼에 베어버린 큰 사건들이 동시에 발생하는 일이 많았다.

가장 최근의 뱀띠해인 2001년에는 미국에 9·11 테러가 발생했다. IT(첨단기술) 붐으로 하늘 높이 오르던 미국 경제는 IT 거품붕괴와 9·11 테러의 '원투 펀치'를 맞고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Fed)이사회 의장은 대폭의 금리 인하로 미국 경제 부양을 시도했지만, 미국 경제가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 초대형 회계부정 스캔들인 엔론스캔들이 터진 것도 2001년이다. 홍콩주식시장은 2001년 한 해 동안 32%나 폭락했다.

1989년 뱀띠해는 일본 호황의 끝이자 잃어버린 10년(Lost Decade)이 시작된 해다. 부동산 부자 일본은 당시 미국 본토를 전부 사들일 정도의 국력을 가졌다는 찬사를 들었다. 미국의 자존심 록펠러 센터를 매입할 정도로 일본 경제는 잘 나갔다. 그러나 1989년 말부터 시작된 주가폭락 사태로 일본은 고꾸라지기 시작한다. 일본 경제는 그 후 10년간 장기불황에 빠진다. 89년 당시 40,000포인트를 넘던 닛케이 225지수는 2003년에 7,600포인트로 5분의 1토막이 난다. 1989년엔 남미 경제도 소용돌이에 휘말린 해다. 브라질은 이 해 6월 주가폭락을 겪었으며 이를 회복하는데 상당히 오랜 시일이 걸렸다.

1941년 뱀띠해에는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2차 세계대전이 절정으로 치달은 해다. 2차 대전은 인류사 최악의 전쟁이라는 부정론과 군수물자의 생산이 훗날 경기호황을 유발했다는 양면적인 평가를 동시에 받는다.

미국의 주가폭락과 대공황으로 점철된 1929년도 역시 뱀띠해였다. 미국은 뱀띠해와 유난히 악연이 많다. 미국이 공격당한 1941년과 2001년은 모두 뱀띠해였고 주가폭락(1929년) 등 경제·금융사적으로 불행한 일들도 많았다.

2013년 세계 경제는 어떤가. 희망과 불안이 공존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겉은 평온한데 속엔 불안이 잠복해 있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겉으론 잠잠하나 속으로 곪은 정치불안과 경기침체가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정치불안이 유럽 불안의 불씨를 되살릴까 조마조마하다. 미국은 겉으론 경제회복의 온기가 돌지만 속내에 잠복한 재정불안에 발목이 잡혀 있다. 이를 해결할 정치권의 역량이 올해 가장 중요한 변수다.

우리 주변에도 걱정할 만한 대외변수가 많다. 일본이 일으킨 환율전쟁은 우리 기업들에 가장 큰 부담요인이다. 북한이 예고한 핵실험은 우리 경제와 외교에 가장 큰 위협요인이다. 일본과 중국의 영토갈등이 격화되면 동북아 정세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지 모른다. 나라밖에서 몰아치는 파고를 막을 수 있도록 우리 경제주체가 합심하길 기대한다. (국제경제부장)

jang7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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