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골드만삭스자산운용 서울 사무소가 최근 문을 닫았다. 일부 트레이더는 홍콩법인으로 자리를 옮겼고 다른 사람들도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국은행(BOK), 국민연금(NPS), 한국투자공사(KIC) 등이 불쾌감을 표시했지만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철수를 막지는 못했다. 결국 억대 연봉이 보장된 양질의 일자리가 서울 금융시장에서 하루 아침에 사라진 셈이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은 한국에서 철수하지만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위탁받은 자산을 홍콩법인으로 넘겨 계속 운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명품 금융회사 반열인 골드만삭스의 운용사까지 서울에서 철수할 정도로 글로벌 금융위기의 상처가 깊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그동안 한국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글로벌 금융허브 정책에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같은 일이 싱가포르에서 벌어졌다면 어땠을까. 국제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싱가포르통화청(MAS:Monetary Authority of Singapore)과 GIC 등은 당장 해당 금융회사에 위탁한 자산을 회수하는 등 실력행사에 나섰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은 그동안 외국계 금융기관의 앞마당이나 다름없었다.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각종 대형 딜을 주도하고국책 금융기관이 발행하는 한국물 등을 국제금융시장에 중개하면서 상당한 수수료를 챙겼다. 기관투자자들이 외국계에 퍼준 수수료도 천문학적인 규모다.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한 해 수수료로2천억원이 넘는 돈을 풀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은 마음만 먹으면 국내 자산운용업계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이 외국계 금융기관은 물론 국내 금융기관을 상대로 통일된 목소리를 내면 금융감독 당국 이상의 파괴력을 가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 KIC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KIC는 해당 자산운용사의 철수를 향후 위탁자산 운용 기관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KIC는 향후에도 한국 금융시장에서 고용을 창출하는 등 기여한 정도를 반영해 위탁자산운용기관을 선정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KIC의 설립목적이 국부펀드 운용을 통한 국내금융시장 발전이라는 점에서 당연한 조치 결과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이미 큰 손 반열에 올랐다. 기관투자자들은 이제고용 창출 등 국내금융시장 전반을 육성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KIC가 기관투자자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이미 보여주고 있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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