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사모투자펀드(PEF)가 몇 년 후 산업계 지도를 바꿀 것이라는 관측이 증권업계에 회자되고 있다.

외국계 자본이 과거 외환위기 시 국내 매물을 쓸어 담고 2000년대 중후반까지 엑시트(EXIT)하면서 일부 업계 판도를 바꿨듯이 PEF가 앞으로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M&A 시장은 극심한 수급 불균형 속에 예상대로 PEF가 주요 인수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1월21일 오전 7시25분 '<금주 M&A 이슈>예상대로 PEF 천하' 기사 참조)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전후 기업 사냥을 해왔던 PEF는 이미 엑시트를 시도 중이다.

이는 4일 발표된 금융감독원 자료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PEF가 지난해 새로 모집한 자금은 9조7천억원에 달했다. 2004년 PEF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많았고 2007년 2조8천억원보다 약 3.5배 증가한 수준이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대형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세계경기 불황에 따라 투자수익률이 낮아지면서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수단보다 대체수단인 PEF에 투자를 확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삼성증권이 조사한 결과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국내 기관투자자 70곳 중 74%가 올해도 국내외 PEF 투자를 확대하겠고 밝힌 그대로다.

실제로 최근까지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가 중대형 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지난해 연합인포맥스 리그테이블에서 정책금융공사가 출자하고 여러 기관이 각기 운용하는 '코에프씨(KoFC) 시리즈'가 약 7건의 딜에서 인수자로 나선 바 있다.

이미 부동산 시장에서는 PEF의 세상이다.

게다가 경기 침체로 매물이 늘어나는데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은 몸을 사리고 있어 PEF 강세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MBK는 코웨이와 네파, 일본 커피업체 고메다 등 약 3조원에 육박하는 딜을 동시다발로 수행했거나 진행 중이다.

지난해 대한시멘트를 인수한 데 이어 이 회사를 앞세워 쌍용양회 소수지분도 사들였고 연초 유진기업 광양공장 인수도 마무리한 한앤컴퍼니는 대한해운 인수도 시도하고 있다.

국내 1위 벌크선사인 STX팬오션 M&A도 CJ와 SK 등의 불참이 예상되는 가운데 PEF 간 또는 일부 기업 대 PEF 간 경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M&A 업계 관계자들은 예상했다.

다만, 경기 침체 장기화로 매각이 원활하지 못해 몇 년 후 한꺼번에 매물이 몰릴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PEF의 투자회수액은 2조1천억원으로 2011년의 3조8천억원에서 44.7%나 감소했다. 일례로 MBK의 경우도 HK저축은행, C&M 엑시트로 고심하고 있다.

M&A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활동했던 PEF들이 투자금 회수에 착수했고 일부는 실패했다"며 "경기 침체가 이어진다면 PEF의 기업 인수는 늘어나고 이는 4~5년 후 매물이 집중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대우 계열 등과 금융기관 매물이 해당 업종 판도를 흔들었듯이 PEF발 산업 재편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다른 관계자는 "일부 대기업은 평소 관심 있는 매물을 PEF가 인수해도 '나중에 사자' 식으로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과거 '승자의 저주'라는 교훈도 있지만, 대기업이 M&A에서 무리하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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