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주요 7개국(G7)의 한 당국자가 '성명이 잘못 해석됐다'고 말했을 때 시장 참가자들은 당황스러웠다. 잘못 해석할 여지가 별로 없는, 원래 모호한 성명이었기 때문이다.

G7이 1년 반 만에 내놓은 성명이 이처럼 아마추어적이었던 것은 G7 내부의 의견이 분분하다는 배경이 자리 잡고 있다. 프랑스 주도의 유럽은 유로화 강세를 우려하면서 환율전쟁의 불씨를 키웠다. 미국은 비공식적으로 일본 정부에 엔화 관련 언급을 자제하라고 압박했다고는 하지만 라엘 브레이너드 재무차관은 공식석상에서 일본의 경제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세련되게 할 말을 담은 성명을 내놓는 데 실패했다. 해석이 두 번이나 뒤집히면서 엔화도 출렁여 투자자들의 머릿속엔 성명의 내용은 없고 '잘못 해석됐다'는 말만 남은 듯하다. 성명은 무엇을 의도한 것일까.

노바 스코티아은행의 카밀라 서튼 스트래티지스트는 "G7은 (일본을 제외한) 회원국들이 통화 정책을 경제 성장에 맞췄지 일본처럼 환율에 맞추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통화 정책의 결과로 자국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 환율전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이를 분명히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일본 당국자들이 역설하는 것도 이 점이다.

경제 여건을 개선하고자 편 정책의 부산물이 통화 약세라면 이는 얼마든지 받아들여질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G7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유럽 회원국들은 유로화 강세를 우려한다. 이 때문에 미국과 일본을 뺀 이른바 'G5'는 경제 부양에 따른 부산물로서의 엔화 약세도 용인하기 싫었던 모양이다. 서튼 스트래티지스트는 성명이 일본은행(BOJ)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 대상을 국내 자산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주장했다면서 BOJ가 외채까지 사버리면 엔화 약세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클레이즈의 모리타 초타로 애널리스트도 "G7 성명으로 BOJ가 외채를 사들이는 것은 물론 환율에 분명히 영향을 주는 다른 통화 완화 정책도 펴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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