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금융시장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붕괴 가능성을 꺼냈다간 손가락질 받기 십상이다. 유로존이 무너진다는 걱정은 그야말로 구문(peddler's news)이기 때문이다. 그리스가 2차 구제금융을 받았고 스페인, 이탈리아 국채 시장이 안정되면서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유럽 기업들은 유로존 붕괴 가능성을 조금 다르게 느끼는 모양이다.

독일 자동차업체 다임러는 12일 이탈리아 계열사인 메르세데스-벤츠 파이낸셜 서비시즈 이탈리아를 통해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독일이나 이탈리아가 유로존을 탈퇴할 때에 대비한 조항을 거래 조건에 넣었다. 이 조항은 "(다임러) 보증 하에 이행되는 모든 지급은 적용 가능한 재정 및 기타 법률과 규정에 따르며 각 만기에 완전히 유통과 환전이 가능한 이탈리아 법정 통화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이탈리아가 유로존을 탈퇴할 때 탈퇴 이후에 만기 되는 채권은 이탈리아 통화(리라)로 상환되고 독일이 유로존을 탈퇴하되 이탈리아가 남는 경우 투자자들은 유로화로 상환을 받는다.

다임러가 단지 모든 사태에 대비하고자 위기관리 차원에서 이러한 조항을 신설했다고 봐야겠지만 호사가들은 다임러가 유로존의 장래와 채권자들이 리라화로 채권을 상환받을 가능성을 실제로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독일이나 네덜란드 등 유로존에서도 강성인 회원국들에서 이러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도 유로존 등 유럽연합(EU) 주요 기구 관련 조약들엔 회원국의 탈퇴와 관련된 조항들이 아예 없거나 미비하다면서 EU 법규에 탈퇴 관련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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