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금융감독원에는 임원이 없습니다."

금감원 고위 임원 중 한 명이 기자와 만나 한 말이다.

그의 입에서 왜 이러한 말이 나왔을까. 금감원은 은행과 보험, 증권, 카드 등 금융업권별 감독과 검사 조직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잘 정비된 조직에도 문제점은 있기 마련.

문제점은 조직의 태생 때부터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금감원은 1997년 '금융감독기구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감독위원회와 4개 감독기관 등이 합쳐 확대개편된 조직이다. 그러나 영역별로 단단한 방화벽이 처져 있어 진정한 통합감독원의 모습은 15년여가 지난 지금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금감원 내부는 물론이고 금융권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은행은 은행일 밖에 모르고, 증권은 증권일 밖에 모른다. 심지어 금감원의 임원도 자신이 담당하는 영역 외에는 다른 금융업권에 일어나는 일을 전혀 알지 못한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정보 공유 차원의 임원 회의를 열어도 내밀한 자신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은 회의 석상에서 공개하길 꺼려한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이 같은 조직 이기주의를 타파한다며 저축은행 사태 이후 각 업권별 간부들을 순환배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성 부분에서 문제점을 드러내며 이 같은 실험은 말 그대로 실험으로 그쳤다.

폐쇄된 이러한 조직 문화는 조직 결속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금융감독의 본질까지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담합 의혹 사건이 대표적이다. 언론과 금융권에서는 끊임없이 CD금리의 변동성 문제를 지적하면서 증권가의 담합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정작 감독기관인 금감원은 CD금리 담합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업계 편들이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시간만 끌다가 CD금리 담합 의혹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손으로 넘어갔다. 그때도 금감원은 반성의 기미 없이 "왜 금융회사 문제를 공정위가 손을 대냐"며 볼멘소리를 내기만 했다. 이 또한 철저한 업권별 방화벽 때문에 생겨난 문제인 셈이다.

증권사의 CD금리 담합 의혹이 제기될 때 증권업권을 맡고 있는 금감원 간부들은 업계 편들이기에 나서고, 다른 업권을 맡고 있는 금감원 간부들은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고 외면했다.

만일 금감원 업무를 전체의 틀에서 바라볼 수 있는 진정한 임원이 있었다면 이 같은 사건은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 것만 챙기는 조직 이기주의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국민에게 봉사하는 금감원의 모습은 더욱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금융증권팀 팀장)

s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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