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14일 1천억원 규모의 결산 배당을 의결했다. 당초 2천억원을 배당하려고 했으나 금융감독원의 반대에 부딪혀 조정된 결과다.

금감원은 경기침체로 가계와 기업의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회사가 고배당을 자제하고 충당금과 유보금을 쌓도록 유도하고 있다. 경기가 위축될 때 금융회사가 충격을 덜 받도록 하는 '완충장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SC은행이 2천억원을 결산 배당하려고 하자 금감원은 리처드 힐 행장이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부르겠다며 강력하게 제동을 걸었다. 결국 SC은행은 '백기'를 들고 배당 규모를 줄였다.

문제는 SC은행이 금감원 제지에 따라 배당 규모를 줄인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SC은행은 지난해 9월에도 2천억원을 중간 배당하려다가 금감원의 압박에 따라 배당 규모를 1천억원으로 축소했다. 계획대로였다면 SC은행은 중간과 결산 배당을 통해 2012회계연도에 총 4천억원을 배당하게 되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SC은행의 당기순이익 약 4천300억원 대부분에 해당되는 규모다. 배당성향으로 따지면 거의 100%다. 국내 시중은행의 배당성향이 통상 20%를 밑도는 점을 감안하면 고배당도 아닌 '초(超)고배당'이다.

2012회계연도에 SC은행이 총 2천억원을 배당한 것은 같은 외국계인 한국씨티은행이 800억원만 중간 배당하고 결산 배당을 하지 않은 것과 비교해도 규모가 크다.

상황이 이쯤 되자 금감원 일각에서는 SC은행이 제동이 걸릴 가능성에 대비해 배당 규모를 부풀린다는 의심도 하고 있다. 지난해 중간 배당 때 이미 금감원의 강력한 제동에 부딪힌 데다 올해는 권혁세 금감원장까지 나서서 고배당 자제를 권고하는 상황에서 순익 대부분을 배당하겠다고 밝히는 데는 저의가 있다는 것이다.

SC은행은 이에 대해 "배당 규모를 원한 것보다 부풀린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견해를 밝힐 수 없다"면서 "시중은행 가운데 건전성이 최상위 수준인 데다 잉여이익의 일정 부분을 쌓아두고 나머지 재원으로 배당을 할 뿐이다"고 답했다.(산업증권부 이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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