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주요 20개국(G20)이 경쟁적인 통화 평가절하를 자제하자고 약속했지만 엔화 약세를 중심으로 한 환율 갈등을 봉합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은 각국 통화 가치를 직접적으로 내리지 말자고 약속했을망정 중앙은행 차원에서 경제 성장을 유지하고자 시장에 유동성을 투입하고 이것이 통화 약세를 유발하는 간접적 통화 가치 절하까지 방지하기 어렵다.

16일에 끝난 회의에서 이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경쟁적 통화 평가절하를 자제하고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한 목적으로 환율 목표를 설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 달러화와 엔화 가치를 낮추고 경쟁적 통화 평가절하 논란을 일으킨 것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와 일본은행(BOJ)가 자국 경제 부양을 위해 내놓은 고도로 완만한 통화 정책이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이러한 추세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봤다.

벤 버냉키 Fed 의장은 지난 15일 "미국은 국내 정책 수단을 국내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일본도 BOJ의 무제한 국채 매입 약속이 단순히 일본 경제를 침체로부터 끌어내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G20도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통화 정책의 부작용이든 고의에 의한 것이든 다른 국가의 희생을 담보로 자국이 혜택을 보는 통화 평가절하의 본질은 그대로다.

짐 플래허티 캐나다 재무장관은 G20 회의가 끝나고 나서 통화 정책이 경제 부양을 목표로 했는지 특정 환율을 목표로 삼았는지 "구분하기가 꽤 어렵다"고 토로했다.

일본은 주요 7개국(G7)이나 G20 성명이 일본의 정책 변화를 명시적으로 요구하지 않았다면서 그들의 정책 기조를 정당화하려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경제를 부양하면 세계 경제도 회복 속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G7이 일본의 정책 자체에 불만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면서 이들은 특정 엔화 환율을 거론하는 일본 당국자들의 발언에 분노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뉴욕멜론은행의 닐 멜러 스트래티지스트는 "시장이 G20 성명을 그들이 그동안 해왔던 것, 즉 엔화 매도를 승인한 것으로 판단할 것"이라면서 "일본에 대한 불신임이 없었다는 것은 일본의 화폐 찍어내기에 대한 저지 압력이 없어졌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시장이 환율을 정하도록 하자는 G20 합의는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투자자금 유입이 급증하는 브라질과 같은 국가의 불안을 해소하지 못했고 결국 브라질 등 신흥국이 통화 가치 절하에 나서도록 할 수도 있다.

G20 회의 참석자들은 '환율전쟁'이라는 말을 사용하길 꺼렸지만 비공식적 자리에선 앞으로 많은 국제회의에서 환율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비토르 콘스탄치오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는 환율이 세계적으로 공통의 관심사므로 G20이 환율 문제를 계속해서 논의해야 한다. 어떤 무질서한 (환율) 움직임도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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