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차기 경제부총리는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이냐 EPB(옛 경제기획원) 출신이냐 따로 떼어서 볼 게 아니라 거시적인 차원에서 경제정책을 볼 수 있는 인사이트가 있어야 한다. 다만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지금은 금융전문가가 경제사령탑을 맡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30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주최한 포럼에서 밝힌 발언 내용이다. 진 전 부총리는 이날 박근혜 정부의 부총리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다는 질문에 "이미 여러차례 말했지만 군번이 지났다"며 손사래 쳤다. 그는 "70세가 넘으면 국가 정책을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를 맡는 게 본인을 위해서나 나라를 위해서나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잘라 말했다.

대신 그는 차기 부총리 후보의 자격을 자세하게 거론했다. 그는 차기 부총리 후보의 가장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로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인사이트를 가지고 대통령을 보좌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 전 부총리가 차기 경제사령탑의 자격 조건을 조목조목 설명할 당시 박근혜 정부의 첫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현오석 KDI 원장은 포럼사회자로서 관련 내용을 열심히 메모하고 있었다.

KDI를 4년째 이끈 현 내정자는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평소 우리사회의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천착한 인물이다.

그는 무상급식과 반값 등록금 등 보편적 복지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을 때도 심도 있는 고민을 통해 대안을 찾는 데 열중했다. 하우스푸어 문제에 대해서는 본격적으로 거론되기도 전에 선제적으로 연구원 차원의 대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세계은행(WB) 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거시경제전문가다.

현 내정자는 진 전부총리가 지목한 부총리 후보의 덕목인 시대정신에 대한 고민, 인사이트, 거시경제 전문가로서의 삼박자를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 내정자가 박근혜 정부의 첫 경제부총리로 발탁되면서 결국 진념 전 부총리 말대로 된 셈이다.

이제 현오석 호(號) 기획재정부가 어떤 경제정책을 펼칠지 해석하고 대응하는 건 시장의 몫이다. 우선 채권과 외환 등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KDI가 지난해 연말 623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으로 발간한 '견실한 경제성장과 안정적 사회발전을 위한 정책제언'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거시경제정책, 금융정책 등 모두 8장으로 구성된 보고서를 통해 현 내정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경제정책을 입안할지 대략적인 밑그림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현 내정자는 이 보고서의 발간사를 통해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내수부양, R&D 투자확대, 신성장동력 육성 등이 제시되고 있으나 국내외 경험을 살펴볼 때 이런 전략의 효과는 의문스럽다"며 도식적인 성장우선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또 "모든 소득 계층에 돈을 흩뿌리는 형태의 정책은 효과성이 낮지만 재정부담은 매우 크다는 사실을 유럽국가들이 보여주고 있다"며 보편적 복지 확대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정책금융부장)

neo@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