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할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된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와 여러 가지로 닮았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와 대학교 동문이다. 거시경제 전문가로서 각자 걸어왔던 발자취도 아주 흡사하다. 국제적인 감각이 남다르다는 평가도 함께 받고 있다.

김중수 총재가 강조해왔던 정부와 중앙은행 간 정책조합이 그 어느 때보다 위력을 발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정책당국의 양 수장이 장기 저성장 국면에 봉착한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오석 경제부총리 내정자와 김중수 총재는 모두 경기고와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이른바 'KS' 출신이다. 김 총재가 3년 선배다.

두 사람은 미국 명문 사립대학교인 유펜(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김 총재가 1979년, 현 내정자는 1984년의 일이다.

학력과 출신학교뿐 아니라 그동안 쌓아왔던 경력도 너무나도 닮았다. 관료와 비관료 출신이라는 차이를 빼면 판박이에 가깝다. 김 총재가 걸어왔던 길을 현 부총리 내정자가 따라가는 모양새다.

두 사람 모두 국내 최고의 국책연구기관인 KDI의 원장을 맡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 총재는 2002년부터 3년간 KDI 원장직을 수행했다. 현 부총리 내정자는 2009년 선임돼 지난해 1년 연장하면서 4년간 KDI를 이끌어왔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비슷한 시기에 대통령 경제비서관으로 선임됐다.

김 총재와 현 부총리 내정자는 각각 1997년과 2001년에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특별보좌관을 맡기도 했다.

두 사람 모두 유펜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따고 국제기구에서 일한 경험 덕분에 국제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현 부총리 내정자는 1980년대 말 세계은행(IBRD) 이코노미스트로 활약했다. 김 총재는 1995년 OECD 가입준비사무소장을 맡았고 한은 총재로 선임되기 직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대사직을 수행했다.

두 사람은 경제현안을 논의하는 자리 등에서 지금도 자주 만나는 사이다.

김 총재가 한 달에 한 번씩 주재하는 경제동향간담회에 현오석 내정자는 국책연구기관 수장 자격으로 자주 초청을 받아왔다. 청와대나 정부가 마련한 경제관련 대책회의 등에서도 종종 자리를 같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당국의 양 수장이 각별한 인연으로 맺어진 사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경제살리기를 위한 정책 조율이 원만하게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정부와 중앙은행 모두 경제성장에 방점을 찍는 정책조합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총재가 평소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방향이 같을 때 정책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밝혀왔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만, 정부와 한은 간 정책 조율 움직임이 과도해질 경우 중앙은행의 독립성 침해라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KDI는 국책연구기관으로서 그간 기준금리 인하를 강하게 주장했던 곳으로 현오석 내정자 역시 기본적으로 비슷한 시각을 가지고 있지 않겠느냐"며 "정책조율 과정이 기준금리 결정권을 쥔 중앙은행을 압박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김 총재가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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